‘그래 내 편은 아무도 없어.’ 서울의 한 중학교 2학년생이던 김 모양(당시 14세·여)은 2011년 11월 집 근처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김양이 먼저 남긴 쪽지에는 ‘나만 죽으면 모두가 다 끝이야.… 이 복잡한 일들이 다 끝나’라는 내용과 함께 같은 반 학생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해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부터 괴롭힘은 노골적이었다. 가해학생들은 교실에서 이유 없이 김양의 머리와 어깨 등을 때렸다. 김양이 자리에 없는 동안 책상을 엎고 서랍에 물을 붓거나 휴대폰을 가져다 숨기기도 했다. 김양이 자살한 날 학교에서는 가해학생들과 김양 사이에 큰 말다툼이 있었다. 그러나 김양의 편을 들어주는 이는 없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부장판사 김용관)는 김양의 부모와 동생이 가해학생 5명의 부모와 담임, 교장, 서울시 교육감을 상대로 “4억 여원을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가해자 부모와 서울시가 약 1억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양이 가해학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해오던 중 사망 당일 말다툼 사건이 터지자 정신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자살을 선택한 것은 김양이며, 자녀의 보호와 양육에 관한 1차적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며 배상액
아이가 괴롭힘을 당한다는 김양 부모의 호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교장과 담임교사에게는 공무원으로서의 직무상 과실을 인정해 “서울시가 2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김양을 괴롭혔던 학생들은 서울가정법원에서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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