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영업맨…‘IS 근거지’ 무단 입국해 벌금형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근거지가 있는 시리아에 무단으로 입국한 대기업 직원이 벌금형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단독 김민정 판사는 여행금지 국가에 불법 입국한 혐의(여권법 위반)로 기소된 문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모 대기업의 해외영업부 소속 문 모 과장(37)은 지난해 9월 중동 출장길에 올랐다. 먼저 레바논에서 자사 해외법인을 둘러본 그는 레바논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시리아로 건너갔다. 육로를 통해 국경에서 입국심사까지 거쳤다. 그러나 시리아는 2011년 8월부터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돼 외교부장관의 허가 없이는 방문할 수 없는 지역이다.
문씨에게 전쟁으로 페허가 된 시리아는 ‘기회의 땅’으로 보였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기업 매출을 올림으로써 국익을 높이기 위해 위험지역에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문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판사는 “문씨가 TV를 팔아 얻을 국익보다 행여나 위험한 일을 당했을 때 잃게 될 국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또 “해당 기업의 매출이 국익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며, 정부가 정한 여행금지국에 불법으로 다녀온 것을 선처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중동 현지법인이 담당하는 지역에 시리아가 포함돼 있다보니 회사와 문씨 모두 부주의했다”고 밝혔다. 문씨의 여권에는 버젓이 ‘시리아 입국 스탬프’ 날인이 찍혀있다.
전국 법원에서 정식 재판을 거친 '시리아 무단 입국' 사건은 이번 판결까지 총 세 건이다. 재판부는 혐의에 따라 각각 선고유예와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정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