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가채점에서 예상했던 대로 모든 과목이 대체적으로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매년 이어져 온 ‘물수능’에서 벗어나 변별력이 높아진 것이다. 비록 올해 수능 난이도의 가늠자라고 했던 6·9월 모의평가에 비해 과도하게 어렵게 출제됐다는 비판은 나오지만 예년에 비해 수험생들이 눈치경쟁보다는 자기 점수를 토대로 대입 지원전략을 수립하기는 보다 수월해졌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1일 발표한 ‘2016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에 따르면 국어B형을 제외한 국어·수학·영어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전년도와 비교해 2~8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개별 점수가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점수로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을수록 시험이 어려웠다는 의미이다. 유일하게 작년보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하락한 국어B형 역시 만점자 비율은 0.30%로 국·수·영 7개 시험 중 가장 적었다. 표준점수는 하락했지만 결코 쉬운 시험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올해 수능이 전반적으로 어렵게 출제됨에 따라 수험생들은 영역별 성적을 분석해 본인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어 영역은 만점자 비율이 0.48%로 작년(3.37%) 대비 급격하게 하락했고 표준점수 최고점 역시 작년(132점)보다 4점 상승한 136점으로 인문·자연계열 모든 수험생들의 대입 당락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이사는 “영어는 2018학년도부터 절대평가 도입이 확정돼 쉽게 출제될 것으로 예상한 수험생들이 당황했을 것”이라고 결과를 분석했다.
전년도 대비 표준점수 최고점이 8점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수학A형은 만점자 비율도 0.31%에 불과해 주된 응시자인 인문계열 수험생들에게 가장 큰 변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사회탐구 영역이 전반적으로 평이한 난이도로 출제돼 과목간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가 크지 않아 변별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 10개 과목 중 한국사·한국지리·세계지리·세계사·법과 정치·생활과 윤리 등 6개 과목의 1등급 커트라인이 원점수 기준 100점으로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표준점수 최고점 역시 경제가 69점, 한국사와 세계지리가 63점으로 과목별 점수차가 최대 6점 차이에 불과했다.
자연계열 수험생이 주로 응시한 수학B형은 만점자 비율이 1.66%로 비교적 높았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127점으로 작년(125점)에 비해 2점 상승했으나 국·수·영 7개 시험 중에선 가장 낮았다. 국어A형의 만점자 비율도 0.80%로 1%에는 못미쳤으나 인문계열 수험생이 응시하는 과목에 비해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다만 과학탐구 영역이 사회탐구에 비해 변별력 있게 출제돼 수험생 사이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인문·자연계열 모든 과목이 대체적으로 변별력있게 출제돼 대학의 영역별 반영비율에 따라 유불리가 결정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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