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은 노사 양쪽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대기업 정규직의 34.6%에 불과하다. 올 8월 기준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40%대에 그치고 노동조합 가입률은 2.8% 수준에 머무른다.
비정규직이 이렇게 열악한 상태에 놓인 것은 이른바 ‘풍선효과’가 큰 역할을 했다. 2006년 도입된 기간제법이 본래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기간제법에는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2년 후 정규직 전환을 기대하며 마련된 기간제한 규정의 효과는 참담했다. 기간제 근로자의 15.1%만이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그중에서도 35세 이상자는 9.2%에 불과하다. 고용조정이 어려운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이 확대되고, 기간제·파견 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외주화·용역·하도급이 늘어난다. 이는 기간제법 도입의 풍선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노동개혁의 궁극적 목적은 이처럼 뒤죽박죽이 된 고용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다. 정책방향은 분명하다. 인력운용의 유연성 확보 차원이 아닌 인건비 절감을 위한 비정규직 사용은 근절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시정이 한층 강화돼야 한다. 2012년에는 근로감독관에게 차별조사·시정권이 부여됐고, 2014년에는 차별시정 효력확대와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되는 등 차별시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조치는 꾸준히 강화돼 왔다. 정부는 앞으로도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현재의 획일적인 2년 기간제한 규제는 실패했다. 때문에 기간제 근로자의 기간 제한은 완화할 필요가 있다. 금재호 한국과학기술대 교수는 기간제 근로자의 근속기간 1년 증가는 2.7%의 임금상승을 가져온다는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기간 제한 완화가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안정은 물론 처우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2년이라는 시간은 정규직 전환에 필요한 숙련된 능력을 쌓는 데에도 너무 짧은 시간이다. 2년마다 직장을 옮기면 저숙련 상태가 지속되고, 정규직 채용 가능성은 점점 떨어진다. 기간제 근로자들의 82.3%가 기간제한 연장을 원했고, 현장에서 들어본 목소리도 한결 같았다.
비정규직 문제는 비정규직의 입장에서 풀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노사정위원회에서는 비정규직
현행 제도를 방치해도 사용자들은 조금 불편할 뿐이고, 정규직 근로자들에게는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나 그러는 동안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하루 하루 고단한 삶을 이어가야 한다. 노사정위의 대승적인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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