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한 달 앞둔 김진태 검찰총장(63·사법연수원 14기)이 해외에서 수백대의 태형 위기에 놓였던 한국 국민 2명을 구해내는 쾌거를 이뤘다. 태형은 엉덩이를 매질하는 형벌을 말한다.
1일 대검찰청 국제협력단(단장 권순철)에 따르면 김 총장이 사우디를 방문하던 중 리야드에서 술을 판매한 혐의로 구속돼 수사를 받던 장 모씨(46)와 이 모씨(44)가 풀려났다. 이들은 지난달 5일 장씨가 고용한 필리핀 가정부가 만든 술을 가지고 외출한 혐의(주류판매)로 사우디 종교경찰에 체포됐다.
김 총장은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사우디·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하기에 앞서 장씨 등이 수사 받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파악했다. 장씨 등은 술을 가지고 있었던 건 인정했으나 “판매 목적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주사우디 한국 대사관도 이들의 억울함을 적극 설명했다. 하지만 사우디 사법당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우디 종교경찰은 결국 지난 13일 장씨 등을 검찰에 송치했다. 김 총장의 사우디 순방은 우리 검찰의 과학수사 노하우를 전파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김 총장 일행은 지난 19일 사우디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국 대사관과 긴밀히 협의한 뒤 사우디 당국에 장씨 등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사우디 검찰은 이틀 뒤인 21일 ‘증거 불충분’으로 장씨 등을 무혐의 처리하고 석방했다.
사우디는 이슬람권의 맹주를 자처하는 국가로 율법에 따라 술과 돼지고기를 금한다. 술에 관해서는 매우 보수적으로 주류를 제조하거나 소비하는 것은 물론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최근 사우디에서는 25년 넘게 산 한 70대 영국 노인이 자택에서 와인을 제조하다 종교경찰에 발각된 일도 있었다. 이 영국 노인은 1년 넘게 구금 당하고, 공개 태형 350대를 선고 받았다. 70대 노인이 수백대가 넘는 매를 맞을 경우 사망할 수 있어 양국의 외교문제로까지 번졌다. 데이비드 카메론 영국 총리까지 나서 적극 구명운동을 벌인 끝에 형벌이 실제 집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대검 관계자는 “중동 국가의 경우 일단 구속되면 최종 처분이 나올 때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게 보통”이라며 “이번 사건의 경우 한·사우디 양국의 우호관계를
김 총장은 2007년 퇴임한 정상명 전 총장(65·7기) 이후 8년 만에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치는 첫 총장이 된다. 1988년 총장 임기제를 도입한 후 2년 임기를 모두 마친 총장은 김 총장까지 모두 7명이다.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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