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너무 터지는 것 같아. 이제 조금 도와주면 안 될까?”(신고자)
“119에 다시 전화하세요”(경찰)
“니들이 제일 낫더라. (이거) 범죄신고라고”(신고자)
경찰청이 11월 2일 긴급 범죄신고전화 ‘112의 날’을 하루 앞두고 공개한 ‘황당 신고’ 녹취록 중 일부다.
자신의 배가 너무 부르니 경찰이 도와달라는 어이없는 신고 사례다. 휴대 전화에 뜬 ‘USIM 카드 장착 후 재부팅’이라는 메시지가 무슨 뜻이냐며 112로 전화를 걸었다가 통신사로 문의하라는 경찰의 답변에 “경찰서에서는 그걸 모르냐”며 역정을 내는 사람도 있다. 커피 자판기에서 잔돈이 나오지 않는다는 신고, 아래층 식당에서 고기를 구워 연기가 집에 들어온다는 신고 등 긴급한 범죄 상황과 관계없는 무분별한 신고 사례들은 무궁무진했다.
1일 경찰청은 이같은 비긴급 신고사례를 공개하고 11월부터 ‘올바른 112신고 문화 정착을 위한 홍보 활동’을 집중 전개한다고 밝혔다.
1957년 서울·부산시경에 첫 도입된 이래 ‘국민의 비상벨’로 자리매김한 112는 최근 허위·장난전화와 황당한 신고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2 신고 1877만8105건 가운데 긴급출동이 필요했던 신고(코드0·1)는 239만1396건(12.7%)에 불과했고, 긴급하지 않지만 후속 출동이 필요한 신고(코드2)는 799만 6036건(42.6%)이었다. 반면 전체 44.7%에 해당하는 839만673건은 출동이 필요없는 단순 상담·민원성 신고(코드3)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관할 업무가 아니어도 신고자가 경찰관 출동을 원하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출동해줘야해 경찰력 낭비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홈쇼핑으로 두유를 샀는데 하나가 상해있었다거나, 새벽 3시 30분에 강아지가 아프다며 문을 연 동물병원을 찾아달라는 식의 신고에도 일단 응대하고 봐야 하는 것이 경찰의 현실이다.
내용이 없는 반복 전화나 욕설·폭언을 일삼는 악성신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청 조사 결과 지난 6월 한 달 간 112에 100차례 이상 전화한 사람은 모두 173명이었고, 1000 차례 이상 신고한 사람도 5명이나 됐다.
경찰은 긴급한 위험에 처했을 때만 112에 전화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하는 대형현수막, 포스터 등을 적극 활용해 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2일 오전에는 서울 서초경찰서 반포지구대에서 ‘112의날 기념행사’를 열고 광고전문가 이제석씨가 제작한 대형 홍보 조형물을 공개할 방침이다. 잘못건 112 신고가 경찰관의 발목을 잡아 긴급
경찰 관계자는 “민원·상담성 신고는 출동하지 않고, 긴급하지 않은 신고는 시간을 두고 출동할 수 있도록 112시스템을 개편할 예정”이라며 “경찰과 무관한 생활민원은 110번이나 120번, 경찰 민원은 182번으로 문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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