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사기 사건의 ‘설계자’로 알려진 배상혁(44)이 구속되면서 배씨의 후임이었던 제2대 전산실장 정모(52·여)씨가 사건의 전모를 밝혀 줄 새로운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정씨는 2008년 10월 경찰이 조희팔 일당의 다단계 업체를 압수수색하기 직전 전산실장을 맡았던 인물로 전산 시스템 파기에 주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씨는 중국 공안에 체포된 강태용의 지시 하에 다단계 회사의 매출관리, 수당지급 등 전산 관리 업무를 총괄해 왔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방경찰청은 “배씨가 검거된 만큼 정씨도 소환해 재수사하겠다”고 26일 밝혔다. 정씨는 2010년 조희팔 일당의 사기에 가담한 혐의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고 풀려나 현재 국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씨가 조희팔 일당들이 도주하기 직전 전산실장을 맡았던 만큼 배씨와 함께 자금 흐름과 사용처, 은닉자산 여부 등에 대해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정씨를 상대로 전산 업무 전반에 대해 조사하는 한편 경찰의 압수수색 직전 전산기록 삭제 등 증거인멸 여부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정씨는 원래 인천에 있는 조희팔의 다단계 회사에서 경리업무를 보고 있었지만 강태용이 업무 처리를 잘한다며 대구 본사로 데려와 전산실장을 맡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태용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던 정씨는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2년여 간 도주한 후 2010년 자수했으며 2011년 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놨다. 당시 법원은 정씨가 자수한 점, 자신의 범행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월급 이외에 특별히 다른 이익을 취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집행유예를
이에 대해 조희팔 피해자 모임인 바실련(바른 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 관계자는 “전산실장을 역임한 정씨가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은 것은 정씨의 범죄행위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정씨를 재소환해 추가 의혹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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