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철밥통 신화가 깨질 전망이다. 인사혁신처는 앞으로 고위공무원 중 저성과자에 대해서는 더 쉽게 직권면직 처분을 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1일 밝혔다.
현재도 성과가 미흡한 고위공무원들을 퇴출시킬 제도는 있다. 그러나 인사처에 따르면 2006년 고위공무원단 제도가 도입된 이래 저조한 성과를 이유로 실제 면직처분까지 내려진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고 최하위 등급을 부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도 없었다. 또 ‘미흡’ 등급과 ‘매우미흡’ 등급을 합해 하위 10%의 저성과자에게 부과하도록 돼 있어서 ‘매우미흡’ 등급이 실제로 부과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인사처는 앞으로 고위공무원 성과평가에서 최하위등급을 부여해야하는 요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 기준에 부합하면 최하위등급의 성과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마련중인 기준안에는 대규모 예산낭비나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정책실패’, 복지부동 등 소극행정이나 업무 조정능력 부족 등의 ‘태도 및 자질’, 금품수수나 공금횡령과 같은 ‘개인 비위’ 등이 요건으로 포함돼 있다. 또 기관장이 성과가 낮은 고위공무원을 더 쉽게 보직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까지는 직위에 공석이 있는 경우에는 보직에서 배제할 수 없었지만 이제 인력이 부족해 공석이 발생하더라도 특정 고위공무원을 업무에서 배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황서종 인사처 차장은 “인사처는 평가가 온정주의적이거나 기수나 연공서열대로 평가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면서 “각 부처가 실제 데이터를 입력하도록 해 평가의 관대화 경향 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편안에 따르면 ‘공무원은 철밥통’이라는 신화가 실제로 깨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박천오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여태껏 공무원들이 저성과를 이유로 공직을 떠난 경우는 거의 없었다”면서 “앞으로 성과평가를 얼마나 과학적으로 할 것인지, 그리고 저성과자에 대한 교육이 얼마나 제대로 이뤄질 것인지의 문제만 해결되면 공직사회에도 성과를 내야한다는 경각심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사처는 앞으로 엄격한 성과평가와 공직퇴출을 중앙부처 과장급 공무원에도 적용하고 실무직 공무원들의 경우 성과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는 경우 6개월 간 호봉 승급을 제한 한다는 방안도 마련했다. 또 성과평가 결과 상위 2%에 해당하는 우수한 공무원에게는 기존에 지급되던 성과급의 50%를 더 얹어주기로 했다.
황서종
[최희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