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중반 대통령 경호용 비밀시설로 추정되는 서울 여의도 비밀 지하벙커가 40여년만에 공개된다.
여의도 버스환승센터 승강장 옆에 있는 이 벙커는 시 당국이 2005년 환승센터 건립 공사를 하던 중 처음 발견했다.
서울시는 “비공개 됐던 여의도 지하벙커를 1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주말 동안 개방해 사전에 선정된 시민들을 대상으로 체험 행사를 진행한다”며 “내년 10월부터는 시민에게 전면 개방한다는 계획”이라고 1일 밝혔다.
이날 시 당국은 벙커를 언론에 사전 공개했다. 버스환승센터 2번 승강장 옆에 난 가파른 계단을 따라 벙커로 내려가니 화장실과 소파, 샤워장을 갖춘 66㎡ 편의 시설이 나온다. 왼편에는 기계실과 화장실, 2개의 폐쇄된 출입문 등이 있는 595㎡ 규모 널찍한 공간이 나있다.
현재 이 벙커에 대한 기록은 전혀 남아있지 않다. 다만 서울시 항공사진 조사 결과 1976년 11월 벙커지역을 찍은 사진에는 공사 흔적이 없지만 이듬해 11월 사진에 벙커 출입구가 발견됐다. 이에 시 당국은 1977년을 전후해 공사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벙커 위치가 국군의 날 사열식 단상이 있던 곳과 일치해 1977년 국군의 날 행사에 대통령 경호용 비밀시설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는 벙커 발견 후 버스 환승객 편의시설 설치 등을 검토했지만 수익성 문제 등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폐쇄된 상태로 남아있었다. 시 당국은 벙커 관련 자료가 전무한 만큼 홈페이지(safe.seoul.go.kr)에서 시민 제보 등을 받은 뒤 활용 계획을 수립하고 냉·난방시설, 소방설비
김준기 서울시 안전총괄본부장은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는 역사적인 의미와 가치가 있는 공간이지만 장기간 사용되지 않고 잊힌 공간”이라며 “역사적 특징을 보존하면서 지역 여건을 고려해 시민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 박대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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