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번호국민공천제' 여야 엇갈리는 해석…靑 5가지 문제점 지적
안심번호제는 선관위 개정의견에 정개특위 소위서 의결
여야, 선거인단 규모·조사 날짜·현장투표 혼용·전략공천 허용 각론 이견
靑 '민심왜곡' '조직선거' '세금공천' 등 5가지 문제점 지적
↑ 안심번호국민공천제/사진=MBN |
여야 대표가 '한가위 회동'에서 잠정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전화 여론조사를 통한 상향식 공천제도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안심번호'란 정당이 여론조사나 당내 경선에 필요한 선거인단을 모집할 때 휴대전화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이동통신사업자가 임의로 부여하는 일회용 전화번호를 도입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제도는 새정치연합 혁신위가 제안하고 지난 16일 중앙위에서 당의 공천혁신방안으로 채택돼 야당이 낸 제도인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지난 2월 중앙선관위에서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으로 발표하면서 정치권에서 다뤄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25일 국회 정치개혁특위 선거법소위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제출한 안심번호 제도 도입 법안이 여야 합의로 의결됐습니다.
◇여야 총론은 공감…각론은 이견 = 향후 여야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실시키로 최종 합의할 경우, 먼저 정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안심번호 선거인단을 구성해줄 것을 요청하고, 선관위는 이동통신사업자로부터 성별, 연령, 지역이 고르게 분포된 유권자의 표본을 '1회용 가상번호'로 넘겨받아 이를 정당에 제공하게 됩니다.
정당은 다시 이를 여론조사 기관에 넘겨 조사를 진행하며 전 과정을 선관위가 감독합니다.
여기까지는 여야 간 이견이 없지만 구체적인 방식을 놓고는 '동상이몽'인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먼저 '안심번호 선거인단' 구성을 특정 정당 지지자만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는 여야 의견이 일치하지만, 선거인단의 규모는 추후 논의가 필요합니다.
새누리당은 완전국민경선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선거인단 규모를 최대한 키워야 한다는 입장으로 내부적으로 2만∼3만명 선을 거론하지만,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300∼1천명을 적정 숫자로 제시했습니다.
다만 문재인 대표가 '부산 회동'에서 선거인단을 구성하지 않고 안심번호를 받은 인원 전체를 대상으로 경선 투표를 하는 안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져 선거인단 규모 등은 예상 외로 큰 쟁점이 아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또한 여야가 같은날 동시 시행을 하더라도 조사 날짜를 언제로 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평일 또는 휴일, 하루 중 몇시가 좋을지 등에서 조율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아울러 안심번호를 사용한 전화 여론조사 이외에 후보 선정을 위해 현장투표 방식을 혼용할지도 또다른 쟁점입니다.
새정치연합은 안심번호 선거인단이 ARS에 참여하는 방식 외에도 현장투표를 혼합해 경선을 치를 수 있도록 하는 안을 통과시켰지만, 새누리당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하나로만 후보를 정하려 합니다.
무엇보다 여야가 가장 부딪히는 지점은 '전략공천' 부분입니다.
새정치연합이 '20% 전략공천 실시'를 이미 의결했고, 새누리당은 전략공천의 필요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상황입니다.
또 각 당이 전략공천 지역을 다르게 설정하면 해당 지역은 특정 정당만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실시할 수밖에 없게 되므로 '역선택'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안심번호 공천제 장단점 논란…靑 5가지 우려 제기 =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유권자 신분이 노출되지 않고 투표소에 가는 대신 전화투표를 하므로 동원선거, 착신전환을 통한 편법 동원, 고비용 부담의 부작용이 없다는 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장점입니다.
그러나 청와대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도입하면 민심왜곡, 조직선거, 세금공천 등 5가지 부분이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KT 출신의 권은희 의원은 자신이 20년전 안심번호서비스를 개발한 사람이라며 '안심번호 오해와 진실'이라는 자료를 배포하는 한편 의총 초반에 안심번호에 대해 직접 설명하며 김 대표를 옹호했습니다.
청와대는 우선 역선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안심번호가 있다고 하지만 먼저 지지정당 묻고 난 뒤에 하겠다는 얘기 같은데 그럴 경우 역선택, 또는 결과적으로는 민심왜곡을 막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가장 크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김대표측은 같은날 동시에 조사를 실시하되 먼저 어느 정당의 국민공천제에 참여할지 한 곳만 선택하게 한 다음에 여론조사를 진행함으로써 다른 당 지지자를 배제한채 조사를 실시, 역선택을 막을 수 있다고 반박합니다.
이어 청와대는 통상 전화 여론조사 응답률이 2%도 안되기 때문에 조직력이 강한 후보에게 유리해질 가능성이 있고, 인구수가 적은 선거구는 안심번호를 받은 유권자의 신원이 노출되기 쉬워 얼마든 조직선거가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에서는 기존처럼 유선전화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안심번호를 도입해 휴대전화까지 여론조사를 실시하기 때문에 응답률이 높아질 것이고 여야 동시에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면 충분한 '홍보'가 반드시 뒤따라야 하며, 안심번호 자체가 무작위로 배정되는 번호이므로 특정인에게 매치된다는 걸 제3자가 알기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또 청와대는 비용이 많이 드는 '세금 공천'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당에서는 오프라인상에 투표소를 설치·운영하며 치르는 선거보다 전화 여론조사를 통한 방식이 비용이 훨씬 덜 든다고 반박합니다.
아울러 청와대는 전화 여론조사의 응답과 현장 투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간과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당은 투표소에서 현장 투표를 하면 투표인 명부를 작성해야 해서 동원선거 등 부정 시비의 가능성이 있고, 20∼30대를 비롯한 특정 연령층의 참여율이 현격히 낮은데 전화 여론조사는 이런 점을 개선하는 장점을 봐 달라고 설명합니다.
끝으로 청와대는 김 대표가 공천제를 새누리당 최고위 등 내부 논의절차 없이 진행해 '졸속 합의'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양당 대표의 의견 접근이지 합의된 내용이 아니라며 당내 의총과 공식 기구를 거쳐야 이 제도가 최종 확정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당내에선 유선전화와 휴대전화를 동시 사용할지라도 장년·노년층 등에는 안심번호와 전화투표가 생소해 거부감이 크고 참여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어르신들이 문제라면 통신사에 안심번호 요청 시 유선-무선 비율을 요청하면 된다는 반론이 있습니다.
이와 함께 패자의 이의제기가 있을 경우 기표용지 등이 없어 확인할 방법이 없고, 당원을 배제해 정당정치가 약화되며, 도농 복합지역 등은 안심번호 선거인단을 어느 지역에 어느 비율로 배정할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뿐만아니
통신사에 기록된 휴대전화 명의인과 실소유자의 주소지가 다른 경우가 많고 한 사람이 여러 대의 휴대전화를 개설할 수 있는 점 등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