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간 유지해 온 유책주의를 재확인한 대법원의 선택은 역시 보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7대 6이라는 숫자에서도 볼 수 있듯이 파탄주의로 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성훈 기자입니다.
【 기자 】
지난 1965년, 대법원은 한 남성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확정 판결을 내렸습니다.
'첩'이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혼인관계를 파탄에 빠트린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 원칙이 처음으로 확립된 순간입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상대적 약자인 여성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사법부가 선택한 원칙이었습니다.
이후 산업화를 거치며 가부장적인 가족 관계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혼소송도 늘었고, 1990년엔 민법이 개정되면서 부부가 이혼할 경우 '재산분할청구권'도 인정됐습니다.
그리고 올해엔 간통죄도 폐지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흐름 속에서도 유책주의 원칙만큼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잘못이 없는 배우자와 자녀를 경제적으로 보호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논리는 흔들리지 않고 유지됐습니다.
그러나 '50년 철옹성'의 유책주의가 온전한 모습으로 살아남은 건 아닙니다.
대법관 의견 7대 6, 불과 한 표 차이로 유책주의가 선택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대법관들 간의 논쟁이 그만큼 격렬했고, 파탄주의를 주장하는 목소리에도 과거보다 힘이 실렸음을 의미합니다.
잘못이 없는 배우자를 보호할 제도 보완이 이뤄진 뒤 유책주의가 다시 법의 심판대에 오른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MBN뉴스 이성훈입니다. [sunghoo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