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요즘 미술관처럼 꾸며진 아파트가 늘면서 주민들에게 청량제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혁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드릴로 벽에 구멍을 뚫고 접착제를 발라 조형물을 붙이니 하나하나 모양새가 잡혀갑니다.
물결치듯 곡선을 이루고 있는 벽에 그려진 그림은 바로 이 아파트가 자리잡은 지역의 역사입니다.
복숭아는 과수원을, 스테인리스 재질의 사람과 동물은 대장간을 뜻하고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물결은 한강을 향합니다.
인터뷰 : 권순왕 / 미술작가
-"예술 작품이 주거 환경 내에서 보다 친근하게 접할 수 있어 멀리 느껴지거나 다른 세계 이야기가 아닌, 일반적인 생활이 에술과 함께 하길 바랍니다."
문화예술진흥법상 공동주택에는 건축비 가운데 일부를 미술장식 설치에 사용해야 하는데 이처럼 벽화를 통해 단지를 꾸미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길음뉴타운의 한 아파트에는 이같은 벽화가 세 점이나 있습니다.
한젬마 등 세 미술작가의 작품은 북한산을 형상화할 수 있는 재료들을 한껏 살려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합니다.
냇가의 물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북한산의 동식물이 아파트 단지로 성큼 들어섭니다.
인터뷰 : 백영희 / 아파트 단지 주민
-"그냥 페인트칠만 했으면 삭막했을텐데 물고기나 사슴이 있으니까 자랑거리도 되고 친구들에게 보여줬죠. 사진도 많이 찍었어요."
인터뷰 : 신은영 / 아파트 단지 주민
-"아무래도 보통 아파트들은 그냥 벽 뿐이었는데 조각이나 그림이 있으니 어떤 날은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반면 미술작품 대신 화려한 조경을 갖췄지만 비용만 낭비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이혁준 / 기자
-"아파트 단지 내 연못에 물이 하나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아파트가 이곳처럼 인공연못이나 인공폭포를 설치하지만 방치되거나 비용이 많이 들어 운영을 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고 있습니다."
네모진 벽들로 때론 상자곽 같던 아파트가 미술작품과 함께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mbn뉴스 이혁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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