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가 났을 경우 사람들이 건널 수 없는 빨간 신호였다고 해도 사고 운전자의 과실을 일부 인정하는 것이 그동안 사법부의 판단이었습니다.
하지만, 휴대전화로 통화하면서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한 보행자에 대해 100%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성훈 기자입니다.
【 기자 】
서울 을지로의 왕복 6차선 도로.
지난 2013년 7월 이곳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을지로 4가 방면 1차로를 달리던 승합차 한 대가 횡단보도를 지나가려던 순간,
반대 차선에 멈춰 있던 차량 뒤쪽에서 한 여성이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며 걸어나온 겁니다.
횡단보도 신호도 빨간불이었고 갑자기 나타난 탓에 차량은 이 여성을 들이받고 말았습니다.
이 사고로 8개월간 치료를 받은 여성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4천3백여만 원을 받았고,
이후 공단은 운전자를 상대로 치료비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습니다.
그러나 1·2심 재판부 모두 운전자는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횡단보도가 빨간불인 상태에서 멈춰 있는 차들 사이로 보행자가 나올 거라고 운전자가 생각지 못한 건 당연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 인터뷰 : 임광호 / 서울중앙지방법원 공보판사
- "운전자가 정상속도로 진행하면서 전방주시의무를 다했고 사람을 발견한 직후 급제동했지만 치게 된 경우 운전자의 과실은 없다고 본 판결입니다."
최근 판결에선 보행자의 부주의도 가볍게 보지 않는 경향이 커진 만큼 보행자들도 교통법규 준수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MBN뉴스 이성훈입니다. [sunghoo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