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세모자 성폭행 사건’이 세모자의 거짓말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 사건에 공분하며 사건 해결을 갈망했던 많은 네티즌들이 허탈함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다. 사실 온라인 상에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확산해 죄가 없는 사람이 마녀사냥을 당하는 일이 처음은 아니다. 온라인 상에서 큰 화제를 모았지만 결국은 허위사실임이 드러난 온라인 괴담들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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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산부이 쓴 글이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자 채선당 측이 사과의 글을 올렸다. |
2012년 2월 회원수가 170만명에 육박하는 한 네이버의 육아 관련 카페에 한 임산부가 충남 천안시의 외식 프랜차이즈 ‘채선당’ 매장에서 겪은 일을 고발하는 글을 올리며 사건이 시작됐다.
이 임산부는 종업원을 “아줌마”라고 불렀다가 시비가 붙었다고 전했다. 말싸움이 커지면서 임산부가 식사를 중단하고 나오는데 종업원이 뒤에서 머리채를 잡고 배를 걷어 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건 후 산부인과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진단까지 받았다.
이 글은 순식간에 온라인에서 확산됐다. 사건 다음날 바로 채선당 본사측은 사과문을 걸고 해당 매장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성난 네티즌들은 채선당 불매운동까지 벌이기 시작했다.
글이 올라온 지 5일 만에 이 사건은 반전을 맞는다. CCTV를 확인한 채선당측이 기존의 임산부 주장을 뒤엎는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채선당측은 먼저 욕설을 한 것도 임산부이며, 식사를 다 마치고 계산을 하지 않은 채 나가버리자 이에 화가 난 종업원과 다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머리채를 잡히고 배도 걷어 차인 피해자는 그 종업원이라고 덧붙였다. 최종 수사 결과도 쌍방 폭행으로 나왔다. 특히 종업원이 임산부의 발을 걷어찬 사실이 없고 오히려 배를 찬 쪽은 임산부였다고 발표했다.
◆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모임’ 사건
힙합 그룹 ‘에픽하이’의 멤버 타블로는 한때 학력위조 의혹으로 홍역을 치뤘던 때가 있었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영문학 학사·석사 학위를 받았다는 타블로의 학력에 대해 네티즌 왓비컴즈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미국의 명문 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불과 3년 반 만에 통과한 것도 의심스럽지만 그런 인재가 한국에서 힙합 가수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더 수상하다는 게 의혹의 발단이었다.
의혹은 의혹을 낳으면서 왓비컴즈가 운영하던 네이버 카페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모임)’의 회원수는 한때 30만명을 넘기기도 했다. 그들의 공격 수위는 선을 넘기 시작했다. 타블로의 친형은 EBS 방송을 그만 뒀고 어머니가 운영하던 미용실도 문을 닫게 된다. 간암 발병 후 건강이 좋지 않던 타블로의 아버지도 2012년 스트레스로 쓰러져 사망했다.
타블로는 처음에는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2007년 처음으로 성적표를 공개했다. 하지만 타진요 회원들은 ‘동명이인이다’ 등의 논리로 맞서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결국 타블로는 2010년 8월 학력위조 의혹을 제기한 네티즌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타블로측은 학력을 증명하기 위해 170여개의 각종 서류를 제출했지만 타진요는 이조차도 인정하지 않았다. 1년 반에 걸친 검찰 수사는 결국 타블로의 학력이 맞다고 나왔다. 2012년 이들 악플러에서 최고 징역 10개월의 실형이 떨어졌다. 하지만 정작 이 사태의 중심에 있었던 왓비컴즈는 미국 시민권자라는 이유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 00문고 국물녀 사건
2012년 한 온라인 사이트에 한 아이의 어머니가 가해자를 찾아달라는 사연을 올렸다. 이 어머니는 아들(당시 9세)이 광화문의 한 대형 서점 푸드코트에서 화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자신이 음식을 주문하고 물을 가지러 간 사이 아들이 얼굴에 화상을 입고 펄펄 뛰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된장국을 쏟은 가해 여성은 전화번호도 남기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다고도 했다. 결국 가해자를 찾기 위해 이 여성은 사건 현장의 CCTV를 확보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
가해 여성이라는 주부 이모 씨가 사건 발생 8일 만에 스스로 경찰에 출두하고 CCTV 영상이 공개되자 여론은 정반대로 반전됐다. 아이가 푸드코트 안을 뛰어다니다가 음식을 들고 이동하는 여성을 친 뒤 사과도 없이 그대로 도망가는 모습이 CCTV 영상에 담겨있었다. 주변 손님들과 점원들이 아이의 행동에 어
이모 씨는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하루만에 테러범이 돼버렸다. 사회가 얼마나 무섭고 내 생각 같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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