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현대화 해서 장사 편하게 하게 해준다더니 지하로 들어 가라는게 말이 됩니까”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이 30년 만에 현대화 공사를 마치고도 상인·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 사이의 갈등으로 개장에 난항을 겪고 있다.
공사 측은 2월 준공된 가락시장 현대화사업 1단계 구간 ‘가락몰’에 9월부터 상인들을 입주시켜 10월에는 개장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1단계 구간인 가락몰 지하 1층으로 이전하게 될 청과직판 상인들은 ‘입점 불가’를 고수하고 있다. 과거 가락몰 이전을 합의한 것은 당시 조합장을 위시한 일부 상인들 뿐이며, 이번 이전이 사실상 청과물 상인들을 고사시킬 것이라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26일 김이선 청과직판 상인협의회 회장은 “가락몰 지하 1층으로 이전하라는 것은 상인들이 도매를 포기하고 소매만 하라는 얘기”라며 “그마저도 신축매장은 출구도 3개뿐이라 농수산물 판매 유통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강경한 이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는 새 점포의 구조다. 가락시장 청과 직판상의 매출 80%가량은 소매가 아닌 도매에서 나오기 때문에 활발한 물류 유통이 필수다. 그러나 가락몰 지하1층에 600여개의 점포가 밀집한 반면 이용 가능한 화물 엘리베이터는 5톤짜리 6대, 3톤짜리 3대로 턱없이 모자란다는 게 청과 직판상인들의 지적이다. 또 지하 1층에 마련된 250대 규모 주차공간도 물건을 싣고 나르다보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공사 측은 지하 1층에 마련한 ‘전동차전용출입구’, 지하 2층의 주차공간 등을 활용하면 충분히 원활한 물류 유통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수천억이 투입된 대규모 국책사업인 만큼 예정대로 개장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게 공사의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이미 2013년도 3월 임대상인협의회 대표들이 층별 업종 배치 및 입주를 합의했다”며 “냉동창고 등 시설물 보완은 함께 고민할 수 있지만 이제 와서 입주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입주시기가 다가오자 지하로 가게 된 청과직판 상인들만 반대한다”며 “절반 가까운 다른 직판 상인들은 이미 배정이 완료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가락시장 현대화사업
[백상경 기자 /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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