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인재가 중요하다는 것을 공감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핵심 인재의 유치와 육성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베인앤컴퍼니의 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어려움에는 크게 5가지의 이유가 있다.
첫째, 최고성과자(top performer)에 대한 인재 관리(HR) 비전이 없다는 점이다. 우량 기업에는 자연스럽게 우수한 인재가 몰린다. 그러나 인재들이 몰리는 회사가 반드시 좋은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HR 비전은 단순히 업계 최고의 임금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1990년대 후반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소프트웨어 산업을 호령하던 시절 회사의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고, 창립 초기 멤버들은 모두 백만장자가 됐다. 그러나 주가 상승세가 꺾이자 MS는 핵심 인재, 특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을 유치하고 육성하기 위해서는 금전적인 보상을 넘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후 MS는 젊은 엔지니어들에게 즐거움과 배움이 있는 직장을 만드는 것을 모토로 삼았다. 오늘날 MS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육성의 사관학교로 통하는 이유다. 유사한 사례로 GE와 구글도 이를 잘하는 기업에 꼽힌다. 우수 인재를 원하는 회사는 많고 경쟁사들이 눈독을 들이기 때문에 좋은 비전을 제시해야 붙잡을 수 있다.
둘째, 최고 인재가 잠재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고 평범한 인력으로 전락하는 하향평준화 현상 때문이다. 회사의 민첩성과 경쟁력은 가장 취약한 부서의 구성원에 의해 결정된다. 다시 말해, 내가 아무리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업무를 충실히 수행해도, 최종 결과는 나보다 훨씬 역량이 취약한 누군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를 반복하게 되면 업무에 대한 회의론이 생기면서 매너리즘이 자리잡기 시작한다. ISCS 신드롬 (Individually Smart but Collectively Stupid, 개인은 똑똑하나 집단은 우매하다)이라는 말이 있는 이유다. 이론적으로 기업이 직원을 고용하는 이유는 ‘1+1 = 2 + α‘를 만들기 위함이다. ‘1+1=2’가 된다면 굳이 내부에 직원을 두고 회사를 운영할 필요가 없다. 프리랜서를 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우수 인재의 역량까지 갉아먹어 ‘2-α‘가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는 특히 부하 직원의 능력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상사가 취약한 고리가 될 때 가장 심각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국내 노동 시장은 유연성이 떨어져 저성과자를 정리하는데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때 자주 사용되는 방식이 직원의 전근이다. 그러나 이는 폭탄을 내부에 안고 있는 것과 같다. 또 타인의 눈을 의식해서 승진을 앞둔 직원에게 인사 평가를 후하게 주는 간부들도 있다. 결과적으로 성과는 계속 부진할 것이고, 아무도 성과를 높이려 하지 않고 현재에 안주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한국 기업 중 일부는 ’균형발전‘을 중시하며 만능형 직원을 인재상으로 삼는다. 이러한 기업에서는 적이 없는, 지극히 평범한 능력을 가진 이들이 조직의 최고 지위에 오른다. 차별화된 경쟁 우위를 개발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밖에 없다.
성과가 떨어지는 이들을 다루는 해결책은 공식적인 다면평가를 진행하는 것이다. 인기몰이를 위해 한두 번은 연기를 할 수 있지만 윗선을 지속적으로 완벽하게 속이기는 어렵고, 시간이 지나면 사람은 본래의 성격을 드러낸다. 예를 들어 베인앤컴퍼니는 내부적으로 6개월마다 다면평가를 실시한다. 다면평가를 실시하고 검토하는 것은 몇 주가 걸리며 비용도 많이 든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이는 최고 인재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핵심 인재가 기업에 수익을 가져다 준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소수의 충성 고객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창출하듯이, 소수의 핵심 인재가 회사 매출의 대부분을 창출하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우량 기업은 조직 곳곳에 분산된 최고의 인재들을 적절하게 관리하고 육성해서 더 높은 직위를 맡을 수 있도록 준비시킨다. 직원 퇴사율이 매우 낮다면 해당 기업이 직원 각자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직원에게 충성 고객을 가늠하는 질문과 유사한 “귀하가 다니는 직장을 지인들에게 추천할 의향이 얼마나 됩니까?”라는 질문을 해보면 의외로 낮은 점수가 나온다. 시사점은 간단하다. 국내 최고 인재들이 한 회사를 오래 다니는 이유는, 그들의 욕구가 충족되어서라기 보다는 더 나은 대안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은 상황이 다르다. 사회 초년생의 고실업률이라는 문제가 한편에 존재하지만, 전세계의 내로라 하는 인재들이 실리콘밸리의 하이테크 기업에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산업의 인재들도 핀테크
직원 퇴사율이 낮다고 안심하고 있는가? 우리 회사를 직장으로써 지인들에게 추천할 의향이 얼마나 되는지를 자문해 보라. 핵심 인재들이 ’아니오‘ 라는 답을 한다면, 다른 직원들은 더 강하게 ’아니오‘라고 말할 가능성이 크다.
[이성용 베인앤컴퍼니코리아 대표]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