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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들이 득실거리는 헬스장에 아리따운 몸매를 자랑하는 여성 한 명이 지나간다. 착 달라붙는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활보하니, 금새 무수한 남성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오늘은 대충하자’고 마음 먹던 아저씨마저 바벨을 한껏 움켜쥔다. ‘몸짱’ 여성 회원의 등장에 헬스장 운동 열기는 후끈 달아오른다.
그런데 이 여성이 시급을 받는 아르바이트생이었다면?
지난 16일 오후 구인사이트 ‘알바몬’에는 ‘하루 두 시간 헬스하면서 돈벌어 가세요(여성)’라는 제목의 채용정보가 올라왔다.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 헬스장 측이 올린 글이었다. 미모의 여성 3명을 구한다는 이 업체가 제시한 ‘나이’와 ‘신체 사이즈’ 기준은 단순하고 명확했다. ‘20세(1996년생)에서 30세(1986년생) 여성에 키 165cm 이상, 체중 50kg 이하’. 매일 두 시간씩만 이용해주면 시급 1만원을 준다는 조건이었다. 이 헬스장 관계자는 “업계에선 이미 고전적인 방법”이라며 “채용정보를 올린지 불과 한나절 만에 10여명의 여성들이 문의를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1000여명의 회원 중 남녀 성비가 8대 2에 불과해, 고스펙 여성을 활용한 마케팅이 필요하다”며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법적으로 문제될 건 없다. 이 정도는 업계에서 횡행하는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헬스장 상당수가 홍보 효과를 위해 유명 연예인부터 피팅 모델,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무료회원권을 주거나 시급을 주며 회원으로 영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일대 주요 헬스장들을 대상으로 취재를 벌인 결과 이는 사실로 확인됐다. 강남 소재 한 대형 헬스장 관계자는 “바디 스펙이 뛰어난 몇몇 일반인들은 직접 와서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많은 지점을 거느리는 센터의 경우 특정 지점의 매출하락을 막기 위한 ‘공세적 마케팅’차원에서라도 활용하고 있는 전략”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두고 ‘몸의 상품화’ ‘여성 간 차별 조장’ 등 우려를 표했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쉽게 말해 아름다운 여성들을 불러모아 헬스장 공간을 ‘물 좋게 만들겠다’는 의도 아니겠느냐”며 “개인의 신체를 두고 차등을 부여하는 행위는 공정하지 않다
[김시균 기자 /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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