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 충성을 다하신 여러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든든함, 이제 저희가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모 대부업체 광고문구)
“이제 돈 없는 군바리(군인)한테 빚을 권하는가. 꼬박고박 들어오는 푼돈마저 가져가겠다는 심보로 보인다.” (현역 상병 황 모씨)
사금융 대출의 그림자가 현역 장병들에게까지 손길을 뻗치고 있다.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현역 장병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연 34.9% 초고금리 대출이다. 사실상 사채와 다를 바 없다.
한 대부업체가 출시중인 대출상품 명칭은 ‘충성론’과 ‘병장론’.
‘충성론’은 이등병에서 상병, ‘병장론’은 병장 1년차에서 전역 후 6개월을 대상으로 한다. 대출 한도는 100만원에서 300만원, 대출 금리는 연 34.9%(월 2.9%)로 법정 최고 수준이다. 예컨데 현역 병장이 300만원 대출을 받았다면, 매달 납부해야 하는 이자만 8만7000원. 현재 병장 월급이 17만1400원이니, 거의 절반을 웃도는 셈이다. 사실상 복무기간에 원금을 갚기간 불가능하다.
해당 대부업체 블로그에는 “자금 문제로 더 힘들어진 상황에 놓인 군인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친절한 안내가 적혀있다.
그러나 이같은 충성론·병장론에 대한 군인들 시선은 달갑지 않다. 기만 행위에 다름아니라는 것인데, “하다하다 젊은 군인들한테 사채를 종용한다” “청년 빚쟁이 양산만 가속화시킨다”는 등 날선 비판이 주를 이루는 이유다.
군 복무 중인 황 모씨(25·상병)는 “최저생계비 수준에도 못 미치는 월급의 절반을 이자로 가져가겠다는 심보가 뻔히 보인다”며 “일부 전우들이 넘어가 빚쟁이로 전락할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전역한 예비역 병장 박호찬 씨(23)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치르는 현역 장병에게 고금리 대출을 권하는 건 비(非)인간적 처사”라고 성토했다. 취재진은 해당 대부업체 측에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인터뷰는 사절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대부업체 현역 장병 대출은 시한폭탄과 다르지 않다.
소득이 거의 없는 군복무자에게 대출금 상환을 기대하기란 사실상 어렵고, 이는 곧 ‘청년 빚쟁이’가 되는 지름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복위 관계자는 “군 복무자 신용회복 지원제도를 통해 입대 전 해결치 못한 채무 상환을 복무기간에 중단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역 후 소득 발생 시점부터 대출을 갚아나가도록 유도해, 채무를 해결하지 못한 입대자에게 유용한 제도다.
이준
[김시균 기자 /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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