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지사가 공무원 골프대회를 열기로 했다.
도지사가 나서 공무원 대항 골프대회를 개최하는 건 전국 지자체 중 처음인데다, ‘성완종 리스트’에 올라 검찰 수사를 받고 자중하던 홍 지사가 갑작스레 이같은 이벤트를 개최하는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홍 지사는 1일 2기 도정 1주년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공무원 연금 개혁으로 공무원들의 사기가 죽었다”며 “공무원 사기를 높이기 위해 공무원 골프대회를 개최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9월초 18개 시군 30여개 팀을 꾸려 도지사기 공무원 골프대회를 열겠다”며 “공무원들이 무슨 죄지은 것처럼 골프장가면 가명으로 치고 하는데, 그렇게 할 것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공무원 골프대회는 9월초 창녕의 한 골프장에서 시상금 600만원을 걸고 30여개팀이 동시에 티업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그린피는 참가자 부담이고 시상금은 공무원 행사 비용 명목으로 쓸 수 있는 예산으로 집행한다.
홍지사가 공무원 골프대회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그동안 ‘성완종 리스트’로 움츠렸던 모습에서 벗어나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성 리스트’ 수사를 받던 홍 지사는 한달 넘게 공식행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청사내에 머물며 자중하는 보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기소를 앞둔 시점에서 자신감이 있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판단으로 이벤트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 당시 도청 공무원들이 차기 도지사 후보들에게 줄을 섰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로 ‘홍준표 도정’이 흔들렸던 것이 사실인 만큼 이번 이벤트를 통해 조직을 추스리겠다는 포석이 깔렸다는 분석도 있다.
‘골프 마니아’인 홍 지사가 공무원 골프대회로 골프에 대한 인식을 자연스레 바꾸면서 스스로도 골프에 대한 구설수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로 담긴 것으로 보인다.
홍 지사는 지난 3월 방미 투자길에서 현지에서 부부골프를 쳐 논란이 됐으며, 검찰 소환 이후에도
홍 지사는 이날 “메르스 정국에 검찰 기소를 앞둔 시점인데 (골프대회는)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거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국민)정서는 고려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창원 = 최승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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