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지방통계청의 이영희 조사관이 통계응답자의 집 앞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박창영 기자] |
경인지방통계청의 이영희 조사관(49)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 신당동에 사는 김예옥 할머니(가명)의 집을 나오며 엄포를 들어야 했다.
살짝 당황한 표정이 비췄던 것도 잠시, 이 씨는 곧 “에이, 다시 올게요. 할머니, 다음 번에도 잘 해주실 거잖아요”라며 닫히는 문 사이로 넉살을 부렸다.
이씨는 통계청이 매 분기 발표하는 가계동향조사의 기초 자료를 모으기 위해 일선 현장을 뛰는 통계 조사관이다.
이씨는 이날 네 가구를 돌며 영수증과 가계부를 뒤적이고, 일주일 전 밀가루를 얼마나 샀는지, 참기름은 얼마나 썼는지 등 집안 살림을 샅샅히 살폈다.
이렇게 수집된 자료는 가계동향조사의 ‘비목별 소비지출’ 중 식료품, 주거비, 교육비 등의 항목으로 분류된다.
가계동향조사는 경기동향 분석, 소비자물가지수 품목 선정, 분기별 국내총생산(GDP)의 민간소비지출 등 대다수 통계의 기초가 된다.
이 때문에 조사원들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가구의 지출 내역을 꼬치꼬치 묻고, 또 확인한다. 연 1만4000억 달러 규모의 GDP 통계를 작성이 김할머니가 지난 주에 사 먹은 1000원짜리 두유 한 팩부터 시작되는 셈이다.
이씨 처럼 전국 30여만 가구를 방문해 가계부와 살림살이 영수증을 살피는 통계조사요원은 2082명에 달한다.
매일경제신문은 숫자의 뒤에서 묵묵히 통계조사를 수행하는 통계조사관들과 현장을 동행취재했다.
기업과 국민이 사무실과 집에서 인터넷 클릭으로 쉽게 만날 수 있는 국가 통계를 제공하기 위해 이들은 오늘도 초인종을 누르고 고개를 숙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영희 조사관은 “60가구를 맡고 있는데 이렇게 전국에서 조사관들이 보낸 자료가 정리돼 분기마다 각종 통계로 발표되는 것을 볼 때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낯선 이에게 선뜻 가계부를 내미는 주부는 많지 않다.
이 때문에 통계조사원들은 상대의 마음을 열기위해 공을 들인다.
장혜진 충청지방통계청 조사관(41)은 자신을 ‘스토커’라고 부르며 쫓아내던 여성를 매일 쫓아다닌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과거에 포주였다는 소문이 나 이웃들에게 마음을 완전히 닫았던 사람이었다.
장 씨는 “매일 사탕과 과자를 가지고 가서 말벗을 해드렸더니 2개월 반 쯤 되자 슬며시 영수증을 내밀었다”며 “통계를 얻기 위해서는 마음을 얻는게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숫자, 그래프, 표로 깔끔하게 완성되는 통계 데이터 뒤에는 역시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통계조사관들의 업무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소개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인 ‘전통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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