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망자가 갈수록 늘고 있고, 확진자도 150명을 넘었습니다.
그러나 제2, 제3의 슈퍼전파자가 어디서 나올지 몰라 당국은 전전긍긍하고 있고, 시민의 불안감을 좀처럼 가실 줄 모릅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감염자들은 당국의 격리 조치에 반발해 거리를 활보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141번 환자는 지난 12일 오후 서울 강남 세브란스 병원을 찾아 외부 진료실에서 검사를 받았습니다.
본 건물에 들어가지 못하자 진료를 거부당했다고 오해해 격리실 걸쇠를 부수고, 병원을 빠져나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나가는 것을 막는 의료진에게 "만약 내가 메르스에 감염됐다면 이를 퍼뜨리고 다니겠다"고 협박까지 했다고 합니다.
구급차를 불러주겠다고 하는데도, 이웃에 들킬까봐 택시를 타고 돌아갔습니다.
결국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았지만, 택시 기사가 누군지, 그리고 그 이후 그 택시에 탄 사람들은 또 얼마나 되는지 당국은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충북 청주에서는 자가격리자가 집안에 있으려니 너무 답답하다며 시 외곽에 있는 잔디 광장에 텐트를 치고 집밖으로 나갔습니다.
격리된 것에 대한 답답함과 고충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요?
응급이송요원이었던 137번 환자는 열이 난 상태에서 일주일간 지하철 2,3호선을 타고 출퇴근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대구에서는 메르스 판정을 받은 공무원이 대중목욕탕을 가고, 회식도 참여했다고 해서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도대체 메르스의 끝은 어디일까요?
그 끝을 보려면 무엇보다 시민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의심 증상이 있을 때는 스스로 외부 접촉을 피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 필요합니다.
이런 부분이 조금 안타까울 뿐입니다.
의료진에 대한 비난도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지난 3일 건양대 병원에서는 82세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던 간호사가 메르스에 감염됐습니다.
우주복 같은 방호복을 입고 한 시간 가까이 심폐소생술을 하다보니 땀으로 흠뻑 젖었고, 환자 사망후 땀을 닦다 환자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겁니다.
순간 간호사실은 울음바다가 됐습니다.
방독면을 쓰고 우의를 입고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것과 같은 상황에서 우리 의료진은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의료진에게 욕을 하고 책임을 지우게 해서는 안됩니다.
또 의료진을 의심해서 피해서도 됩니다.
한림대 동탄 성심병원의 김현아 간호사의 두번째 편지 내용입니다.
"메르스에 감염된 사람도 병원도 미워하지 마세요. 아무 증상이 없는 격리자들까지 꺼리지는 말아 주세요. 옆 사람이 기침한다고 노려보지 마세요. 대신 서로를 위로하고 보듬어 주세요. 처음 격리때는 우리도 겁에 질린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안에서 누가 걸리지나 않았는지 의심부터 하고 서로를 멀리했다면...."
모든 의료진이 메르스에 한발짝도 뒷걸음치지 않도록 두 발에 묵직하고 단단한 힘을 다시 한번 실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래야 합니다.
지금은 의사와 간호사를 의심의 눈초리로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을 믿고 의지해야 합니다.
메르스 전사들이 힘겹게 사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당국은 황당한 일을 벌였습니다.
6월22일부터 1년간 모든 입국 관광객에게 메르스 안심보험을 자동 가입시켜주겠다는 겁니다.
메르스 감염 시 3천만 원, 사망시 1억 원까지 준다는 겁니다.
6월22일까지는 메르스가 모두 사라질 것으로 확신해서일까요?
지금의 이런 분위기라면 메르스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알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이는 거꾸로 대한민국이 메르스 안심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홍보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메르스가 모두 종식된 후에 관광업계를 살리기 위해 이런 제안을 하면 모를까, 지금 메르스가 창궐하는 상황에서 이런 당국의 제안은 어안이 벙벙하기까지 합니다.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걸까요?
이런 제안이 외신에 실린다면, 외국인들은 한국 메르스에 대해 더 두려움을 갖고 한국 관광을 피하려 할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서울의 한 초등학교를 찾았습니다.
손씻기 등을 잘하면 메르스를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고 학생들에게 말했습니다.
대통령이 동대문 시장을 가고, 학교를 가는 것을 비판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행정부 수반으로서 각 부처가, 각료들이, 공무원들이 메르스와 관련해 제대로 일을 하는지 관리 감독하는 것이 어쩌면 더 필
메르스 안심보험 같은 탁상행정이 나오지 않도록 말입니다.
지금은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 그리고 당국의 체계화된 방역시스템 모두가 꼭 필요한 때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이가영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