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수년동안 멕시코 걸프해 남쪽 해안에서 1300마리의 돌고래가 떼죽음을 당한 채 발견됐다. 2011년 루이지애나 해안에서만 163마리, 미시시피에서만 111마리의 돌고래가 숨진채 떠내려왔다. 과거 2002년부터 2009년까지 각 주에서 평균 20마리의 돌고래가 죽은 채 떠내려온 것과 비교되는 사건이었다. 사람들은 ‘묵시록’을 이야기하며 불안해 했다.
지난 5년간 과학자들은 돌고래 떼죽음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밝히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결국 지난달 말, 미국 연구진이 원인을 밝혀냈다. 석유였다. 미국국립해양포유류재단과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캠퍼스 등 공동 연구진은 멕시코만 북부에서 발생한 돌고래 떼죽음의 원인이 2010년 4월 영국의 석유업체 BP의 원유유출 사건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플로스원’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최근 미시시피와 루이지애나에서 죽은 돌고래 46마리와 멕시코만 이외의 지역에서 죽은 돌고래 106마리를 비교했다. 멕시코만에서 죽은 돌고래는 부신과 폐질환이 상대적으로 많았으며 석유에 포함된 화학물질이 다수 발견됐다. 멕시코만에서 죽은 돌고래 5마리 중 1마리는 바이러스성 폐렴을 앓고 있었으며 이는 사망 원인의 70%를 차지했다. 이외의 지역에서 죽은 돌고래는 바이러스성 폐렴이 사망의 원인이 된 경우는 2%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석유 유출이 돌고래의 부신과 폐에 질병을 일으켰고 바이러스성 폐렴을 야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기름이 바다에 유출되면 밀도가 물보다 작아 바닷물 위로 떠오른다. 이를 제거하기 위해 유흡착제를 바다에 뿌려 기름을 흡수하거나 기다란 띠를 물에 띄워 기름이 퍼지는 것을 막는다. 하지만 이 방법은 눈에 보이는 기름만을 제거할 뿐이다.
성균관대 생명과학과 이재성 교수와 원은지 연구원은 간단한 실험을 진행했다. 유리 수조에 바닷물을 담고 지난 2007년 태안에서 발생한 허베이 스피릿 사고에서 유출된 ‘이란산 원유’를 섞은 뒤 파도와 같은 흔들림을 줬다. 이후 기름을 완전히 걷어냈다. 바닷물은 평소와 같아 보였다. 하지만 이 해수에 동물플랑크톤과 바다 퇴적물에 살고 있는 갯지렁이를 넣은 뒤 유전자를 분석하자 유기오염물질의 체내 대사와 산화 스트레스에 관련된 유전자가 발현됐다. 이재성 교수는 “독성물질에 노출됐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기름을 거둬낸 해수에서는 동물플랑크톤이 성체로 자라나는 시기가 3~4일 정도 지연됐으며 성체가 낳는 유생의 개체도 7개에서 4개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기름에 존재하는 물질 중 물에 분해되는 유기오염물질 영향 탓이다. 허베이 스피릿 호에서 유출된 석유가 태안에 미친 영향을 조사하고 있는 임운혁 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 책임연구원도 “일반적으로 석유가 바닷물에 유출됐을 때는 지금까지 16종의 다환방향족탄화수소(벤젠이 붙어있는 물질)가 미치는 영향만 살펴봤다”며 “이 외에도 질소와 황 같은 물질이 붙은 여러 성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7년 허베이 스피릿호 기름 유출 사건 당시에도 바다 생태계는 엉망이 됐다. 독성물질이 물에 녹아 어류의 생장이 저하되거나 척추가 휘는 기형이 태어나는 현상이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그렇다면 기름에 오염된 바다 생태계가 회복되는데 어느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 태안은 해수욕을 즐기거나 어류를 섭취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회복됐다. 8년 동안 이를 추적해온 한국해양과기원 연구진의 분석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에 따르면 회복 징후는 사건 발생 2~3년 뒤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사라졌던 새우와 게를 포함한 어류도 개체수가 늘어나고 있다. 국외에서는 10~20년 유출된 기름이 영향을 미치지만 태안은 습지가 적고 모래와 자갈이 많아 정화가 빨리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사고 한달 안에 120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태안을 찾아 기름을 제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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