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첫 문장이 아니라 어느 파독 간호사의 이산가족 상봉 사연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독일 시민권자인 김연숙(84) 할머니는 최근 '제8차 파독 산업전사동우회 세계총연합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8박 9일 일정으로 캐나다 토론토를 방문했습니다.
김 할머니는 독일에 사는 동료 간호사 출신 20명과 함께 대회에 참가했다가 프로그램 중 여행 일정을 소화하다가 관광 가이드로 나선 박융(54) 씨를 만났습니다.
할머니는 여행 중 어딘지 모르게 박 씨에게 끌렸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할머니와 박 씨의 집안은 '평안북도 강계'로 고향이 같다는 사실을 알았고, 서로 집안 내력을 캐물으며 아주 가까운 친척임을 확인했습니다. 김 할머니가 박 씨의 5촌 당고모(아버지의 사촌 누이)인 것입니다.
둘은 집안 친척들의 이름을 하나씩 확인하면서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지난 시간을 기억했다고 2일 캐나다 거주 언론인 송광호 씨가 전했습니다.
김 할머니는 1945년 해방 후 가족과 함께 서울에 왔습니다. 연세대 간호학과 3학년 때 6·25 전쟁이 발발하자 간호장교로 입대, 대위로 제대했습니다. 이후 서울 시립병원 등지에서 수간호사로 일하다 1966년 첫 파독 간호사로 독일에 갔고, 지금까지 49년을 그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박 씨의 집안은 1951년 1·4 후퇴 때 남쪽으로 이주해 강원도 원성군(지금의 원주)에 정착했습니다.
1989년 박 씨는 어머니(95)를 모시고 토론토에 이주했습니다. 현재 여행사에서 관광 가이드로 일하는 그는 이번에 파독 간호사 출신들을 안내하면서 극적으로
김 할머니는 "융이의 형 박건(76)은 기억하지만 그는 막내라 잘 모른다"며 "북한 출신이라 친척이 없었는데 이렇게 우연히 찾게 돼 놀랍고 반갑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둘은 상봉 후 박 씨 어머니가 머무는 토론토 양로원으로 달려갔지만,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가 사촌 시누이를 알아보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