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과정과 1심 재판 과정이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진행됐다는 이유로 대법원이 성추행 범죄자에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모씨(32)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윤씨는 2013년 7월 부산 동래구에서 10대 여학생 2명을 차례로 성희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윤씨는 7월 초에는 귀가하던 A양(당시 15세)을 쫓아가, 자신의 바지 속에 손을 넣어 성기를 만지면서 “너희 집을 알았으니 다음에 또 보자”고 말했다. 같은 달 말에도 집에 가던 B양(당시 13세)을 따라가 어깨를 2회 건드리며 “몇 살이야. 그 나이 애들도 ‘뽕(브래지어 삽입물)’을 넣고 다니냐. 나 나쁜 사람 아니야. 그냥 궁금해서 그래”라며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말을 했다.
윤씨는 동종 전과로 같은 해 5월 집행유예를 확정받은 상태에서 재범을 저질렀다. 1심 법원은 징역 6월을 선고하며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2심 법원은 1심 재판부가 경찰이 적법 절차를 따르지 않고 수집한 수사기록을 그대로 증거로 채택해 재판을 했다며 윤씨에 무죄를 선고했다.
1심 법원은 특별한 사유 없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A양의 진술 기록은 재판에서 증거로 활용할 수 없음에도 A양의 법정 증인신문 없이 경찰 진술조서를 그대로 증거로 채택해 활용했다. 수사 과정에서 범인을 식별할 때도 인상착의가 비슷한 여러 사람을 대면시킨 후 지목하는 절차를 거쳤어야 했지만 경찰은 범죄 발생 후 2개월이 훌쩍 지난 상태에서 윤씨 사진 1장만 보여주고는 범인 여부를 확인하게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같은 절차상의 이유로 1심 유죄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은 정당하다”며 윤씨의 무죄를 확정했다.
법조계에서는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염두에 둬야 함에도 A양이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절차의 문제점을 제기해 무죄를 선고하는 것은 너무 법을 좁게 보는 것 아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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