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인체에 치명적인 탄저균을 국내 공군기지로 몰래 들여와 실험을 하다 폐기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위험물질을 관리 감독해야 할 한국 보건 당국은 미군 측이 위험성을 알아차리고 통보할 때까지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몰랐습니다.
배정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극소량이라도 인체에 노출될 경우 치사율이 무려 95%에 달하는 탄저균.
'공포의 백색 가루'로 불릴 만큼 위험성이 커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는 치명적인 물질입니다.
이런 탄저균을 주한미군이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에 반입해 실험을 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미군은 지난달 탄저균을 들여와 지난 21일 균 식별과 탐지 역량 확인 훈련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살아 있는 탄저균을 반입할 때는 해당 국가에 신고해야 하지만, 미군 측은 우리 정부에 사전 통보 없이 민간 물류업체를 통해 들여왔습니다.
미군 측은 훈련 도중 위험성이 감지되자 훈련을 중단하고, 균을 전량 폐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한국 보건 당국은 미군 측으로부터 통보를 받고서야 이런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어제(29일) "미군이 4주 전 탄저균을 들여왔고, 절차에 따라 폐기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주한미군 측은 "탄저균 표본 실험 훈련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균이 죽은 줄 알아 한국 정부에 알리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 탄저균 감염자가 나타나진 않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보건 당국의 허술한 검역 시스템이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MBN뉴스 배정훈입니다. [ baejr@mbn.co.kr ]
영상편집 : 송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