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신용카드 정보를 불법으로 사들여 국내 쇼핑몰에서 물건을 산 뒤 되파는 방식으로 수십억원을 챙긴 국제 사기조직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25일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미국·캐나다 등 해외 신용카드 정보로 한국조폐공사·우체국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골드메달, 홍삼 등을 산 뒤 재판매해 16억원 상당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총책 정 모씨(41) 등 18명을 검거해 8명을 구속하고, 도주한 2명을 지명수배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2년 11월 중순부터 그해 12월 말까지 중국에 사무실을 두고 한 러시아 사이트에서 건당 10~30달러에 해외신용카드 정보를 사들였다. 이들은 카드번호, 유효기간, 명의자는 물론 결제에 필요한 CVV번호, 사회보장번호, 우편번호까지 함께 샀다.
이들은 2012년 한국조폐공사 전자쇼핑몰에서 5143차례에 걸쳐 5억3300만원 상당의 금 제품을 불법 결제했다. 2013년에는 우체국 쇼핑몰에서 535차례 불법 결제를 통해 5억1500만원 상당의 홍삼 제품 2602병을 샀다.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쇼핑몰에서도 골프용품 880만원어치를 사들였다. 정씨 일당이 불법 결제에 사용한 해외 카드 정보는 총 1175건, 결제를 시도한 횟수는 6947회에 달했다. 이중 1262회(4억 9300만원 상당)는 카드사 승인이 거절돼 물품을 수령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은 수익금을 투자해 2012년 12월~2013년 10월까지 10개월 간 불법 인터넷 사설 경마·경정·경륜 사이트를 개설해 총 83억6000만원 상당의 불법 수익을 벌어들인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정씨 일당이 국내에서 해외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전자결제대행사와 외환·해외은행 등을 차례로 거쳐 결제 내역이 카드 명의자에게 전달되는데 시간이 걸리는 점을 악용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폐공사·우체국 쇼핑몰의 경우 해외신용카드 결제가 지원돼 주요 범행 대상이 됐다.
이들은 결제 내역이 알려지기 전에 물품을 받고 미리 접촉한 구매책에게 물건을 헐값에 팔아 현금으로 바꿨다. 또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한 인터넷프로토콜(IP) 주소가 추적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 현지 사무실을 4번이나 옮기는 용의주도함도 보였다. 불법 결제로 산 물품을 되팔 때는 현금만 받았고, 이를 대포통장을 통해 세탁하는 과정도 거쳤다. 카
경찰은 불법 결제 피해자의 제보를 받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한국지사가 국민신문고에 신고하면서 범죄를 인지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총책 정씨는 수사망을 피해 도피생활을 했지만 지난 14일 인천에서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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