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환전소 살인사건’ 피의자들이 필리핀과 태국 등에서 최소 4명을 더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안양 환전소 살인사건의 주범 최세용 씨(48)와 공범 김성곤 씨(42) 등을 조사한 결과 일당 12명이 2007년 3월부터 2011년 9월까지 필리핀과 태국에서 전직 공무원 김모 씨(54) 등 4명을 살해하고 7900만원을 빼앗은 혐의를 밝혀냈다고 22일 밝혔다.
피해자 가운데 장모 씨(32)가 2008년 1월 필리핀에서 2000만원을 빼앗기고 숨졌고, 공범이었던 안모 씨(38)가 2007년 3월 태국에서 권총으로 살해된 사실은 이번에 추가로 밝혀졌다. 안 씨는 최 씨 등이 2006년 일본에서 절도 행각으로 챙긴 5억원 가운데 1억원을 몰래 숨겼다는 이유로 살해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최 씨 등은 또 2008년 3월부터 2012년 9월까지 필리핀에서 한국인 관광객 16명을 납치해 5억7100만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가운데 공군 소령 출신인 윤모 씨(38)와 송모 씨(37)는 각각 3400만원과 8000만원을 빼앗기고 2010년 8월과 2012년 9월에 실종됐다. 경찰은 최 씨 일당이 윤 씨 등의 실종에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최 씨 등은 인터넷으로 여행안내, 대출알선, 유흥업소 소개 등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필리핀으로 유인해 납치한 뒤 세부지역의 한 주택에 감금한 채 권총과 칼 등으로 위협했다.
최 씨 등은 또 테이프로 눈을 가리고 수갑을 채운 뒤 쇠사슬로 몸을 묶는 등 극도의 공포 상황을 조성한 뒤 피해자들에게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전화해 돈을 송금하도록 했다.
최 씨 등은 현지에서 위조 신분증으로 경찰관 행세를 하면서 봉사활동을 하는 등 좋은 이미지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 일당은 2007년 7월 9일 경기도 안양시의 한 환전소에서 여직원 A씨(26)를 살해하고 1억8500만원을 빼앗아 필리핀으로 도주했고, 공범 가운데 일부가 경찰에 붙잡혀도 범행을 계속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최세용, 김성곤 씨는 각각 2013년 10월과 지난 13일 필리핀 사법당국이 내린 형 집행을
한국-필리핀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최 씨 등은 국내에서 재판이 끝나면 다시 필리핀으로 이송돼 잔여 형기를 채운다. 우리나라 사법당국은 필리핀의 형 집행이 마무리된 뒤 최 씨 등을 다시 송환해 한국 법원의 판단에 따라 처벌하게 된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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