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의 한 대학에 입학한 김모씨는 고등학교 시절 자신보다 성적이 낮았던 친구가 유명 사립대에 다닌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재수를 준비 중이다.
김씨는 일단 한 학기 등록금만 내고 대학생 신분을 유지하면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도전하는 전형적 ‘반수생’이다. 400만원이 넘는 등록금에 매달 과외비까지 합하면 올 들어 700만원이 넘는 돈을 썼다. 특히 김씨가 다니는 대학은 ‘입학후 1년내 휴학 금지’라는 학교 규칙을 내세워 김씨 같은 반수생도 꼼짝없이 2학기 등록금을 내도록 강제하고 있다. 김씨는 “작년 수능이 너무 쉽게 나와 몇 문제 실수로 대학 간판이 달라져 나처럼 ‘반수’를 결심한 친구들이 많다”며 “올해 수능을 준비하기 위해 2학기 때 휴학하려 했더니 학교 측에서 안된다고 해 올해만 2000만원 넘게 쓰게 됐다”고 울먹였다.
18일 매일경제가 종로학원하늘교육과 공동 분석한 결과, 김씨 같은 ‘반수생’들로 인한 사회적 기회 비용이 작년에 2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수생은 그 해 수능에 응시한 재수생 숫자에서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고사 재수생 응시자 수를 뺀 숫자로 추정 가능하다. 6월에는 대학 첫 기말고사 일정 탓에 대부분의 반수생들이 응시하지 않고 9월 평가원 모의고사를 통해 ‘평가전’을 치른 후 11월 실제 수능에 응시한다.
이같은 반수생은 2012학년도 7만2336명에 달했다가 대학들이 학생부 위주의 수시 선발 비중을 늘리면서 2013학년도 6만9364명, 2014학년도 6만1991명으로 감소 추세였다. 반수생들은 수능 위주의 정시에 주로 도전하는데 이 숫자가 2015학년도에 6만6440명으로 전년 대비 4449명이 늘었다. 같은 기간 수능 전체 응시인원이 1만2000명 가량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 현상으로 그만큼 사회적 손실이 증가했다는 뜻이다.
교육부 발표 기준 지난해 한 학기 대학 등록금 평균이 333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반수생 등록금 비용은 2212억4520만원에 달한다. 이들이 모두 다른 대학으로 진학하면 그야말로 허공에 뜬 돈이 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원치않는 대학 신분을 유지하느라 쓸데없는 등록금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최근 수능이 쉬워지고 이공계 선호 현상으로 반수생이 다시 늘고 있어 올해 또 다시 반수생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반수생 증가 원인으로 ‘물수능’으로 불릴 정도로 쉬워진 수능, 문과에서 이과로의 전환 수요, 의대 정원 증가 등을 꼽고 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취업난 때문에 인문계열에 입학후 이과로 재수하길 원하는 학생이 많다”며 “이과 교육 과정이 그리 어렵지 않아 상위권 학생들은 적응하기 쉬운 편”이라고 말했다.
2017학년도 까지 의대 정원이 늘면서 반수를 하려는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올해 고2가 치르는 2017학년도 대입에서 의대 정원은 최소 205명, 최대 278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반수생 증가는 최근 학생과 대학 간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어 교육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반수생들이 늘어나자 대학들은 휴학 규정을 까다롭게 고치는 추세다.
서울에만 10개 대학이 1년내 휴
[문일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