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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조카로 경남기업의 랜드마크72 빌딩 매각과 관련한 공식문서 위조 의혹을 받고 있는 반주현(데니스 반) 이사는 14일(현지시간)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성완종 회장 측이 반 총장을 통해 매각 로비를 시도했던 정황이 사실로 확인됐다.
반 이사는 반 총장 동생인 반기상 전 경남기업 고문의 장남이다. 현재 미국 맨해튼 소재 부동산업체 콜리어스 인터내셔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경남기업이 베트남 소재 랜드마크72 빌딩을 매각하려는 과정에서 중개 역할을 맡았다.
랜드마크72 매각 과정에서 반 이사와 반기상 전 경남기업 고문이 반 총장에게 도움을 요청한게 아니냐는 의혹이 최근 불거지고 있다. 반 이사는 또 카타르 투자청(QIA)이 랜드마크72 빌딩 매매와 관련해 QIA 공식문서를 위조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반 이사는 “랜드마크72 매각을 반 총장에게 청탁하거나 로비를 부탁한 일은 절대 없다”며 “어떻게 반 총장에게 이런 부탁을 할 수 있겠나. 반 총장은 전혀 모르는 사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과 경남기업 관계자들에게 반 총장 영향력을 활용, 카타르 국왕에게 부탁해 건물 매각이 성사되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반 이사는 “아버지가 경남기업 고문 아닌가”라며 “당시 경남기업이 어려움에 처한 상태에서 성완종 회장이 랜드마크72 매각을 서두를 때 아버지가 반 총장에게 부탁해보겠다는 얘기를 안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최근까지도 성회장 측에서 반 총장 도움을 요청하라는 압력을 줬다고 반 이사는 공개했다.
반 이사는 또 “지난 3월 카타르 국왕이 뉴욕을 방문해 반 총장을 만나는 약속이 잡혀있었다”며 “어떻게 알았는지 성회장 차남인 성정수 씨가 뉴욕을 찾아와 반 총장을 통해 랜드마크72 매각건을 부탁해줄 것을 나에게 요청했었다”고 전했다.
반 이사는 “그래서 내가 반 총장을 찾아가 랜드마크72 매각건을 부탁했다가 크게 혼만 나고 돌아왔다고 얘기를 지어내 아버지가 성회장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QIA 공문서 위조 의혹에 대해 반 이사는 “나는 지금도 카타르 투자청 문서가 위조된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다만 공식문서가 위조된 것이라면 나는 전혀 모르는 사안이고 나도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반 이사는 “정말 위조됐다면 QIA관계자와 다리역할을 하던 미국인 H씨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콜리어스 인터내셔널 반주현 이사는 인터뷰 내내 억울해 했다.
경남기업의 랜드마크 72빌딩 매각과 관련해 사기꾼으로 몰리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했다.
또 큰아버지인 반기문 총장까지 이름이 오르내리자 더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했다.
반이사는 “랜드마크72를 매각해야 노조든 주주든 다 사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나를 사기꾼으로 몰아 매각을 방해하려는 세력이 있는 것 같고 이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인터뷰에 응했다”고 밝혔다.
▶랜드마크 72매각 건에 어떻게 참여한건가.
-아버지(반기상씨·반기문 총장 동생)가 경남기업 고문이었고 당시 경남기업은 랜드마크72를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2013년 3월 아버지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는 당시 부동산자문사 마커스&밀리챕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회사를 통해 한번 매각을 시도해보라고 했다. 호주 맥쿼리, 블랙스톤 등과 접촉했지만 관심이 없었다.
지지부진한 상황이 2013년말까지 이어졌고 나는 부동산업체 콜리어스 인터내셔널로 직장을 옮겼다. 2014년 들어 중동계 펀드에 매각을 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고, 마침 내가 아는 지인 H씨가 카타르 국왕집안과 끈이 닿아있었다. H씨는 허핑턴포스트 블로거로 예술관련 기고를 많이 올린다. 또 카타르 국왕의 문화자문관(컬처럴 어드바이저) 역할을 하면서 미술작품 구입이나 자선이벤트를 할 때 코디역할을 했다.
그때 H씨에게서 소개받은 사람이 바로 칼리파 자심 알쿠아리(khalifa Jassim Al-Kuwari)다. 신원조회를 해봤는데 카타르투자청(QIA) 최고운용책임자(COO)출신으로 QIA 지주회사 카타르 홀딩스 최고경영자(CEO) 고문역할을 맡고 있을 정도로 실력자였다. 알쿠와리가 일을 도와주겠다고 나섰고 로비자금으로 50만달러를 요구했다. 2014년 4월 중순 개인적으로 돈을 빌려 50만달러를 보냈다. 콜리어스 인터내셔널이 선수금을 보내는 것은 불법이었기 때문이다.
2014년 9월 1일 쿠아리로부터 QIA와 자회사 카타라 호스피탤리티로부터 8억달러 투자의향성(LOI)를 정식으로 받았다. 경남기업이 이를 안밝히고 있지만 경남기업이 직접 사인을 한 한 투자의향서를 내가 가지고 있다. 카타라 호스피탤리티·QIA의 마크 스트렌저 사업개발부 이사와 당시 경남기업 한장섭 재무최고책임자(CFO)가 사인을 했다.
▶그렇다면 위조됐다는 지난 3월말 공식서한 이전에 다른 투자의향서가 체결됐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 투자의향서를 체결한뒤 경남기업은 그해 10월 실제 계약서를 만들어 보내왔다. 이때만 해도 매각 협상이 마무리 될 것으로 자신했다. 그런데 계약서에 문제가 있었다. 경남기업이 계약서에 7년뒤 랜드마크 72를 되살 수 있는 콜옵션을 집어넣은 것이다. QIA는 갑자기 경남기업이 콜옵션을 집어넣자 난색을 표명했다.
▶왜 콜옵션을 넣은 것인가.
-경남기업은 랜드마크72를 되살 의도가 없었지만 회계적인 이유 때문에 콜옵션을 넣었다. 랜드마크72를 매각하더라도 빚 잔치를 하고 나면 실제 경남기업이 만질 수 있는 현금은 미미했다. 때문에 랜드마크72를 매각하면 부채비율이 너무 높아져 자본잠식상태에 빠지게 돼 있었다고 한다.
콜옵션을 집어 넣은 것은 이렇게해야 랜드마크 72를 매각하더라도 대차대조표에 랜드마크72를 그대로 자산으로 남겨놓을 수 있어 자본잠식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매각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게다가 11월말 카타르 투자청 경영진이 대거 교체됐다. 올해 1월 3일에는 랜드마크72에 입주해있던 말레이시아 팍슨백화점이 철수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QIA가 백화점 철수를 왜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느냐며 불만을 표시했고 결국 올 1월 QIA가 빌딩을 매입하지 않겠다고 통보 해왔다.
▶그렇다면 3월 말 다시 온 공식서한은 뭔가.
-쿠아리가 두 손을 들면서 믿을 곳은 카타르 왕족과 네트워킹이 되는 H씨 밖에 없었다. 이후 H씨가 카타르 왕족을 설득해 1월 말 카타르 투자청 나비드 참디아 부동산 팀장 주도로 매각 건을 계속 진행키로 했다고 알려왔다. 그런데 지난 3월말 경남기업이 랜드마크72 매각건과 관련해 채권단에 보고할수 있는 공식문서가 필요하다고 요구해왔다. 그래서 H씨에게 연락을 취해 참디아 팀장한테 공식서신을 받아줄 것을 요청했다. 최근 언론에서 위조됐다는 게 바로 이 공식서한이다. 만에 하나 정말 공식서한이 조작된 것이라면 H씨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랜드마크72 매각건은 물건너간 것인가.
-매각을 성사시키는 것
[뉴욕 = 박봉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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