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해내는 슈퍼우먼들이 있지만 저는 그럴 자신이 없어요. 저도 벌만큼 버는데 시댁 눈치보면서 육아스트레스 받기보다는 먼저 직장에서 인정받고 싶어요.”(대기업 과장 박모씨, 36세, 여)
“직장 잡으면 바로 결혼하려고 했는데 ‘연애는 좋지만 결혼은 아직’이라는 여자들이 많네요. 요즘 골드미스도 많다지만 제 나이 또래엔 오히려 결혼하려는 여자가 드문 것 같아요.”(은행원 과장 김모씨, 30세, 남)
대한민국 결혼시장에서 예비신부와 예비신랑의 미스매치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육아 인프라스트럭처가 부족한 우리 현실에서 ‘결혼보다는 일’을 선택하는 20~30대 여성이 늘어나면서 생긴 결과다.
지난 8일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사회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결혼문화와 국민의식 심포지엄’에서, 국내 1위 결혼정보업체 듀오는 지난해 처음으로 남성 신규 가입자가 여성 가입자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2014년 듀오 회원 수는 남성이 1만5231명 급증해, 여성 증가수 1만4073명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여성 회원 수는 최근 6년간 50%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남성 회원 수는 122% 늘어났다.
연령별로 보면 20대 여성 이탈과 40대 여성 유입 현상이 두드러졌다. 최근 5년간 20대 여성 회원 수는 15% 줄어든 반면, 40대 여성은 242% 늘어나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박수경 듀오정보 대표는 “지난해 처음으로 남성 신규 가입자가 여성을 앞지른 건 20~30대 연령층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결혼에 더 적극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라며 “20~30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결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사회적 이점이 여성보다 남성이 더 크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가사와 육아 부담에 더 많이 노출된 여성들이 ‘결혼보다 일’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는 얘기다.
이런 결혼시장 미스매치는 전반적인 ‘삶포시대’의 우울함과 맞닿아 있다.
마크로밀엠브레인트랜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의 20~30대 청년들은 내집마련(61%), 결혼(60.6%), 출산(52%) 등 삶의 중요한 부분을 어쩔 수 없기 포기하고 사는 것으로 나
한국경영학회는 한국 경제와 기업 생산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를 결혼문제로 인식하고, 한국사회학회와 공동으로 이례적인 결혼 관련 심포지움을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정부와 기업들이 육아부담을 함께 지면서 건강한 사회적 재생산 기능을 함께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어젠다를 제기했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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