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대표적인 전시회인 ‘부산모터쇼’ 관람객이 15년 동안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전시회 관람객 숫자 ‘뻥튀기’는 오래된 관행이라 하더라도 행사 주최 기관인 부산시가 이에 대한 문제 제기 없이 시민들의 혈세인 10억원의 예산을 계속 지원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9일 부산시와 벡스코(BEXCO)에 따르면 지난해 5월 30일부터 6월 8일까지 열린 ‘2014 부산국제모터쇼’를 찾은 관람객은 115만1300명이다. 그러나 이 수치와는 달리 지난해 부산모터쇼를 방문한 관람객은 60만명 정도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참가업체 관계자와 초대권을 받고 무료로 입장하는 관람객을 제외한 순수 유료 관람객은 30만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부산모터쇼 관람객은 첫해인 2001년 72만 7000명으로 시작해 2003년부터 100만명을 돌파했고 격년으로 치러지는 매번 행사 때마다 역대 최고 관람객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는 부산모터쇼조직위원회에서 집계해서 발표하는 것으로 위원장은 주최기관의 대표인 부산시장이다.
모터쇼를 준비한 벡스코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관람객 숫자가 역대 최대가 맞기는 한데 60만명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까지 개최된 모든 행사의 관람객 숫자는 부풀려진 것이며 단 한번도 100만명을 넘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관람객이 많이 왔다고 해야 자동차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부산시의 예산을 받기도 수월하기 때문에 관람객 숫자를 부풀린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2일 폐막한 서울모터쇼의 경우 지금까지 관람객 숫자를 부풀렸다고 인정하고 이번 모터쇼 관람객을 제대로 집계한 결과 61만 5000명이 방문했다고 발표했다.
서울모터쇼조직위 관계자는 “1999년 제 3회 서울모터쇼 관람객이 46만명으로 집계됐는데 2001년 부산에서 처음으로 모터쇼가 열렸는데 72만명이 방문했다고 발표를 했다”며 “이때부터 두 모터쇼의 관람객 부풀리기 경쟁이 시작됐고 2003년 이후로는 두 모터쇼 모두 매회 관람객이 100만명을 넘었다고 수치를 부풀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부산모터쇼가 숫자에 집착하는 원인이 ‘실적주의’에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부산모터쇼를 부산시에서 주최하고 벡스코에서 주관하면서 부풀려진 관람객 숫자로 실적을 올려 기관장의 치적으로 삼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신차 발표는 거의 없는 부산모터쇼는 사실상 단순한 구경꺼리에 불과하다”며 “막대한 세금을 들여서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며 앞으로 주최기관을 민간에 넘겨 주는 것도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민간이 주최하는 서울모터쇼와 달리 예산을 10억원이나 투입하는 부산시의 경우 보다 실질적인 대책을 세워 모터쇼를 지역 경제 활성화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자동차업체 관계자는 “외형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부산모터쇼 만의 차별화를 통해 자동차 업체와 시민들이 스스로 찾을 수 있는 전시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자동차 전시만 하고 끝날게 아니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내년 모터쇼에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많이 마련하고 부산 전역을 모터쇼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차별화를 시도할 것”이라며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행사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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