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 소재 사회복지서비스업 관련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남성 김 모씨. 직원이 4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회사에서 일했기에 육아휴직은 꿈도 꾸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이 육아휴직에 들어가면 회사가 육아휴직 급여와 장려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고, 회사 또한 고민 끝에 김 씨의 육아휴직을 허락했다. 그는 “첫째아이 육아휴직을 끝내고 업무에 잘 복귀할 수 있었다”며 “둘째 아이 출산때도 육아휴직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올들어 남성 육아휴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아빠 육아’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879명(공무원·교직원 제외)으로 지난해 1분기 564명에 비해 56%가 급증했다. 올해 1분기 전체 육아휴직자 수는 1만9743명으로 이 가운데 남성의 비중은 0.5%에도 채 미치지 못하지만, 증가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1일부터 정부가 최대 150만원까지 육아휴직 급여를 지원하는 ‘아빠의 달’ 제도가 도입되면서 남성 육아휴직자 수가 늘고 있다”며 “‘육아는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도 바뀌는 등 사회 인식변화 또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남성 육아휴직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65%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 근무했다.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비중이 컸는데, 남성 육아휴직자 가운데 300인 이상 대기업에 근무하는 비중은 54%로 집계됐다.
산업별로는 제조업(218명), 출판·방송통신·정보서비스업(122명), 도·소매업(94명) 종사자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 종사자 수는 3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명)보다 3배가 늘었다.
다만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직장 내 인식이 여전히 싸늘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다수 직장인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입밖에 거론하는 것 조차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설문조사에 따르면 본인이 육아휴직을 갔을 때의 공백을 동료들이 메워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부담으로 조사됐다”며 “기업들이 대체인력을 원활히 채용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원에 나설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17일부터 ‘대체인력 채용지원서비스’ 제공기관을 전국 고용센터로 확대하고, 지방자치단체 일자리센터나 여성새로일하기센터 등에서도 서비스할 수 있도록 했다. 대체인력 채용지원서비스는 출산·육아·시간선택제
고용부 관계자는 “올해 1분기 대체인력 지원금 지급액은 46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배가 늘었고, 지급인원도 1412명으로 전년대비 1.6배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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