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지하철이 개통하면 일대는 축제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교통 여건이 좋아지고 유동인구가 많아진다고 주변 집값까지 들썩였기 때문이죠.
그런데, 서울시도 시민들도 한숨만 쉬고 있습니다.
지난주 연장 개통한 지하철 9호선 얘기인데요.
어디서부터 문제가 꼬인 건지 이성식 기자와 함께 집중 진단해보겠습니다.
【 질문1 】
이 기자, 어디서부터 문제가 된거죠?
【 기자 】
대중교통 노선을 새로 만들때 시작은 수요 조사부터 시작합니다.
그런데, 첫 단추부터 잘못 꿴 겁니다.
시작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한국교통연구원은 9호선의 하루 이용객이 24만 명 정도 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지난해 하루 이용객은 무려 38만 명에 달했습니다.
24만 명에 맞춰 차량을 네 량만 준비했는데 승객이 넘쳐나니 지옥철이 될 수밖에 없는 거죠.
왜 이렇게 수요 예측에 실패했을까요?
당시 경전철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보조금 지급을 줄이기 위해 수요를 축소시킨 측면도 있고, 급행 열차가 운영되면서 이용객이 급증했고.
【 질문2 】
결국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9호선은 네 량 밖에 안되는 미니전철로 운영이 됐던 거고, 이것이 바로 '지옥철'을 만든 거군요.
【 기자 】
서울의 다른 지하철 노선은 차량 여덟 량에서 열 량 정도를 연결시킵니다.
그런데 9호선만큼은 네 량만 연결돼있습니다.
다른 노선의 절반에 불과한 거죠.
한량에는 160명 정도 탈 수가 있는데요.
출근시간에 가장 복잡한 구간은 380명 정도가 탑니다.
【 질문3 】
그런데, 급한대로 다른 노선에 여유있는 전철을 가져와서 뒤에 붙이면 안되냐요?
【 기자 】
확인해봤는데, 그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합니다.
전철의 한 편은 네 량으로 이뤄졌든 열 량으로 이뤄졌든 일단 만들어지면 신호나 제어 시스템 등이 완결체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네 량 한 편이 한 몸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블록 게임하듯이 다른 호선 전철을 잘라서 갖다 붙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아예 다른 호선의 남는 전철을 통으로 가져와 운행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 인터뷰(☎) : 윤종장 / 서울시 교통기획관
- "완전히 해체 조립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럼 사실 그 기간이 상당히 오래 걸려요. 예산도 많이 들고요. 그러다 보니 차라리 구입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새로 제작하는 게…."
【 질문4 】
결국 고육지책으로 서울시가 내놓은 건 무상버스 대책인데요.
이것이 또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고요?
【 기자 】
지금 화면에 보이는 것이 바로 무상버스인데요.
이렇게 보시는 것처럼 버스 안이 텅텅비어 있습니다.
비록 붐비기는 해도 급행 열차를 타면 11분이면 갈 수 있는데 얼마나 많은 시민이 30분이나 걸리는 버스를 타려 할지는 미지수입니다.
【 질문5 】
기사를 보니까 박원순 시장이 출근 시간대를 좀 피해달라면서 버스를 타달라고 하는데.
시민들 입장에서는 사과가 먼저 아녔을까요?
【 기자 】
박원순 시장으로서는 좀 억울할 수도 있을 겁니다.
수요 예측 실패 등은 전임 시장때 이뤄진 거거든요.
하지만, 바로 잡을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이 기회를 놓쳤기 때문에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겁니다.
서울시는 2010년부터 전동차 수가 부족하다는 점을 인지했지만, 지난 5년 동안 별다른 조치 없이 팔짱만 끼고 있었던거죠.
이에 대해서는 정부와 서울시가 서로 네 탓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기획재정부는 운영상에 문제가 생긴 것이니 서울시가 알아서 해결하라며 예산을 주지 않았습니다.
서울시는 돈이 없다며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뒷북 행정, 또 무책임한 행정 탓에 오늘도 시민들은 출근길 지옥철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시민의 얘기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박상은 / 서울 지하철 9호선 이용객
- "출근시간대는 거의 짐짝처럼 쓸려가다시피 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죠. 나름대로 대책을 세워서 버스도 다니고 급행도 다니고 하는데 그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죠."
【 질문6 】
9호선 문제를 집중 진단해봤습니다.
오래 전부터 예견된 문제였는데 서울시의 일처리를 보면 답답한 부분이 많네요.
【 기자 】
제가 실제 9호선을 타면서 가장 우려가 됐던 건 바로 안전 문제인데요.
이렇게 빽빽하게 발 디딜 틈 없이 운행하는 9호선을 놓고 전문가들은 '달리는 시한폭탄'이라고 우려할 정도였습니다.
차량이 증차되려면 1년 5개월 정도 기다려야 하는데요 그때까지 안전사고가 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