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외교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는 경남기업이 해외 자원개발 투자 명목으로 지원받은 정부 융자금 중 일부가 비자금으로 빼돌려진 정황을 잡고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23일 “경남기업이 예산으로 지원받은 성공불융자금 등이 원래 목적에 맞게 적법하게 사용됐는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기업은 1998년부터 2008년까지 8개의 해외 자원탐사 사업에 참여하면서 정부로부터 성공불융자 330억여원을 지원받았다.
성공불융자는 위험이 큰 해외 자원개발 등에 참여하는 민간기업을 위해 비용 일부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사업이 실패했을 때 기업 측 책임이 없다면 채무를 면제해 준다는 점이 일반 융자와 다른 점이다.
경남기업은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개발사업에 참여하면서 광물자원공사로부터 130억원을 일반 융자 형식으로 지원받기도 했다.
그동안 검찰은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로부터 경남기업에 대한 융자금 집행 내역 등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해 왔다. 융자금 사용처를 추적하기 위한 것이다. 수사팀은 성공불융자금 총액 330억원 중 100억원대의 자금이 용도와 달리 사용된 정황을 포착한 상태다. 이 금액은 비자금일 개연성이 크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법규와 약정상 성공불융자금은 별도의 계좌에 관리하는 등 다른 자금과 구분해서 사용해야 하는데, 경남기업은 성공불융자금 일부를 사내 자금과 섞어 관리한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남기업에서 계열분리된 업체 ‘체스넛’으로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측 자금이 흘러간 단서가 나오는 등 불분명한 자금 이동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최근 체스넛 대표이사 조모씨를 참고인으로 조사하기도 했다.
검찰은 정부 융자금이 목적대로 쓰였는지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캄차카 반도의 석유광구 탐사 사업과 카자흐스탄 사우스카르포브스키 가스 탐사사업 명목으로 경남기업이 지원받은 성공불융자금의 용처를 중점적으로 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업들은 경남기업이 투자금 일부를 정부의 성공불융자로 조달했고, 현재는 사업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성공불융자 조달액은 캄차카 사업이 690만 달러, 카자흐스탄 사업이 370만 달러다. 경남기업이 러시아 캄차카 반도의 광구 2곳에서 벌인 석유광구 개발탐사 사업은 2010∼2011년 실패로 종료됐다. 카자흐스탄 사업은 지난해 끝났다.
하지만 경남기업은 이 사업들에 투입된 정부 융자금 채무를 면책해 달라는 신청을 여태껏 제출하지 않았다. 특히 캄차카 사업의 경우, 사업 종료 후 4년이 지나도록 경남기업이 채무 감면 신청을 내지 않은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성공불융자 제도의 특성상 어떤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났을 때 해당 기업은 서둘러 정산과 회계서류 준비를 마치고 채무 감면 신청을 내는 게 정상”이라며 “부채를 떠안고 있을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경남기업이 여태껏 채무감면 신청을 내지 않은 사정과 비자금 조성 정황이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고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자본잠식에 이른 경남기업이 재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원개발에만 써야 할 정부 융자금을 유용했을 가능성, 이 과정에서의 편의를 위해 채무감면 신청 절차를 당분간 보류했을 가능성 등을 검찰은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반면 경남기업은 러시아나 카자흐스탄 지역의 자원개발 사업은 다른 선진시장과 달리 운영권자와의 자금 정산이 쉽지 않고,
검찰은 정부 융자금 부분을 비롯한 경남기업 재무 흐름 전반에 대한 추적 작업을 마친 뒤 성 회장을 소환해 조사하고 융자금 유용 등 혐의로 영장을 청구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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