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사업자들의 전국 조직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전화련)’ 회장 선거에서 지지를 대가로 억대 금품을 주고받은 회장 당선자 및 관계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화련은 전국 18개 시도지역 화물자동차운송협회의 전국 연합체로 가입 회사 1만여 곳, 소속 화물차는 20만대에 달하는 거대 조직이다.
19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해 3월 제22대 전화련 회장 선거에서 투표권을 가진 이사장들에게 총 1억5000여만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배임증재 등)로 전 전화련 회장 황모씨(59)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황씨에게 현금 1억원과 상품권 200만원을 받은 지역 시도협회 이사장 정모씨(64)는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됐다. 수백에서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지역 시도협회 이사장 3명은 같은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는 지난해 1월 법인 카드로 2000만원어치의 백화점 상품권을 구입해 정씨 등 3명에게 200만원씩 뿌렸다. 또 정씨에게는 현금 1억원을 따로 줬으며 또 다른 이사장 김모씨(56)에게는 역시 다른 지역 이사장을 맡았던 지모씨(56)를 통해 현금 5000만원을 전달했다.
황씨는 이 같이 돈을 뿌려 회장 당선에 성공했지만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지난해 10월 사임해야 했다.
회장 자리는 공식적으로는 무보수 명예직이다. 그러나 판공비가 연간 2억원에 달하며 한해 분담금이 3300억원 규모인 산하 화물자동차공제조합의 인사권도 가지고 있어 이권이 상당하다.
경찰은 전화련 회장 선거가 소수 이사장들의 손에 놀아날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선거 투표권은 전국 시도협회 이사장 18명과 회장 1명 등 19명만 가지고 있다. 일반 회원이 연합회장에 입후보할 수는 있지만, 시도협회 이사장 2명의 추천이 필요해 사실상 이사장들끼리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독점하는 구조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전화련 회장 선거에서 금품수수가 이뤄진다는 사실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으며, 당선되려면 10억원을 뿌려야 한다는 소문도 파다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06년과 2007년 전화련 선거에서도 시도협회 이사장 6명에게 5000만~1억5000만원 가량의 금품을 주고받은 사실이 적발돼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경찰은 선거에서 금품이 오갔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 전화련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과정에
경찰은 “감독기관인 국토교통부에 관련 사실을 통보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유사한 선거 구조를 가진 민간 직능단체 선거의 금품수수 등 비리도 엄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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