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하순 어느 날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 서울 동대문구의 한 모텔. 이 모(31)씨는 주 출입구와 별개로 난 계단으로 조심스럽게 발길을 옮겼다.
이 모텔은 당초 연립주택을 개조한 곳으로, 계단은 객실 창문 바로 바깥의 난간과 연결돼 있었다.
이씨가 이런 야심한 시각 이곳을 찾은 이유는 다소 황당한 목적 때문이었다. 바로 다른 투숙객의 성관계 장면을 몰래 지켜보려고 했던 것.
그는 지난 2007년에도 한 모텔에서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다 적발돼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전과가 있었다.
이씨는 약 2시간 전 이곳 모텔에 들어와 각 방을 돌아다니며 방문에 귀를 기울여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3층의 한 객실에서 인기척이 나자 이곳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계단을 통해서 이 방 바깥 난간에 다다른 이씨는 몸을 숨기고 약 30여분간 기다렸다.
그러나 새벽녘 추운 바람을 맞으며 기다린 보람도 없이 그가 바라던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A씨 커플이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순간 화가 난 이씨는 오전 6시 30분께 피우던 담배를 창문으로 던져 객실에 불을 지르려 했다. 담배꽁초는 객실 침대 이불에 떨어졌지만, 연기에 놀라 잠에서 깬 A씨 커플이 화장실에서 떠 온 물로 재빨리 꺼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
소동이 빚어지자 모텔 주인이 112에 신고했고, 현장에서 도망친 이씨는 약 5개월가량을 피해 다녔지만 결국 CC(폐쇄회로)TV 분석 등을 거친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이씨에 대해 현주건조물방화미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나는 성행위를 할 사정이 못돼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이라도 보려고 했다”며 "그런데 커플이 그냥 잠을 자 버려서 순간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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