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나는 별명이 ‘아니키(あにき·형님)’였어요. 한국 친구중 나이는 제일 어린데 성격은 가장 털털해서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겨줬죠. 술도 잘 마시고 다툼이나 오해가 생길 때도 중간에서 많이 중재해 줬어요”
“장학금도 많이 받았는데 그렇다고 마냥 모범생은 아니에요(웃음). 적극적이고 저희들과도 잘 놀았어요”
지난달 3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한 납골공원. 7여년만에 만난 한국 친구를 그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추억했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자신이 담임으로 있던 단원고 2학년 1반 학생 수 십명을 구하고 자신은 목숨을 내던진 고(故) 유니나 교사(일본어 담당·28세)의 외국인 친구들이 그를 추모하기 위해 이날 한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바바 히로키(남·30), 쥬후쿠 마리코(여·28) 등 일본인 4명과 슬로베니아 출신인 야스나 클레멘츠(Jasna Klemenc·30) 씨와 한국인 3명 등 모두 8명이었다. 이들은 유 교사가 2007년 8월부터 1년 동안 일본 규슈대 유학생활 중 알게된 친구들이었다. 유 교사는 작은 납골함 사진속에서 방긋 웃으며 오랜만에 바다 건너 먼 길을 찾아온 친구들을 환영했다.
유 교사는 세월호 침몰 때 사망·실종된 단원고 12명의 교사 중 한명이다. 당시 그는 세월호가 침몰할 때 비교적 탈출하기 쉬운 5층 조타실 뒤 객실에 머물고 있었으나 배가 크게 기울자 계단을 타고 4층으로 내려가 제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대피시켰다. 그의 살신성인 덕분인지 그의 반 학생들은 10개 반 중 가장 많은 19명이 구조됐으나 정작 본인은 구출되지 못하고 침몰 54일 만에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채 발견돼 모두를 마음 아프게 했다.
꽃과 각종 쪽지로 가득찬 유 교사의 납골함을 바라보며 그들의 머릿속은 2014년 세월호 사고 이전으로 돌아갔다. 바바 히로키 씨는 “(니나는) 활발하고 사교성도 많았어요. 일본 문화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고 어떻게 하면 일본인들과 잘 친하게 지낼지도 알았어요”라고 말했다. 슬로베니아 출신의 야스나 클레멘츠 씨(30)도 항상 밝은 모습의 그가 좋았단다.“항상 학생들을 각별하게 생각했어요. (니나한테) 학교가 어떻냐고 하니 아주 즐겁다고 했어요. 학생들하고 친구처럼 지낸다고 했던 게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이날 추모공원에 들리기 앞서 오후 1시 인천공항에 입국한 이들은 먼저 안산 단원고로 발걸음을 옮겼다. 단원고 2학년 1반 교실 안에 들어서자 칠판과 교탁 주변에 가득한 쪽지가 눈에 들어왔다. 규수대에서 같이 공부한 한국인 친구 박대희 씨가“‘유니나 선생님 사랑해요’란 내용”이라고 설명하자 몇몇 친구들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히로키 씨는 “일본에서도 같이 못 와서 아쉬워하는 친구들 많아요. 후쿠오카 국제센터 사람들도 오고 싶어해요”라며 그를 추억했다.
이들은 이어 단원고 2층 교무실에서 유 교사가 생전에 근무하던 자리를 둘러봤다. 교무실 가장 안 쪽 창가의 자리에는 생전에 쓰던 탁상달력과 유리깔개 밑 일본전도가 그대로 놓여져 있었다. 그의 달력엔 2014년 5월 7일부터
[원요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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