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현장에서 낯설지 않게 만나는 여검사들을 위한 검찰의 상사와 수사관, 그리고 판사, 변호사의 뼈있는 조언들이다.
1일 현재 대한민국 검사 중 여검사는 532명으로 전체 27%다. 검사 열 명 중 세 명은 여성인 셈이다. 여성 수사관도 910명으로 전체 수사관의 17%를 차지한다. 2009년 이후 신규 임용 검사 가운데 여성 비율은 절반을 넘어섰다. 조희진 서울고검 차장검사는‘유리천장’을 깨고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남성중심 검찰 조직에서 여검사들이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검찰청 미래기획단(단장 김진숙)은 여검사 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 6개월 간‘릴레이 포럼’을 열었다.
김진모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20년 넘게 검찰에서 근무한 남자 상사로서 “훌륭한 검사의 덕목은 무엇보다 기록과 진술 뒤에 숨겨져 있는 진실을 파헤치는 ‘호기심’”이라며 “잘 아는 법률도 항상 찾아보는 습관을 갖고 사색, 토론, 독서, 경청, 몰입의 노력이 있어야 답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일을 되게 만드는 검사, 시키지 않는 일까지 찾아서 하는 후배를 상사들은 제일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김부장은 평검사 시절 경험담을 섞은 진솔한 강연으로 조직 생활의 정수를 짚어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연 후 만찬까지 함께 해 여검사들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후문이다.
법조 선배인 정은영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법정에서 번복하는 참고인에 화가 날 수 있지만, 증인을 몰아세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보다는 논리적이고 차분히 증언의 허점을 파고들어달라”고 당부했다. 또 “테이크아웃 커피는 법정에 들어오기 전에 다 마시고 들어오는 센스를 발휘해달라”고 주문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성영훈 변호사는 “의뢰인 면전에서 변호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에 인색할 때 변호사는 ‘멘붕’에 빠진다”며 “검사와 변호사의 거리는 ‘불가근 불가원’을 유지하되 검사는 변호사를 ‘적(敵)’이 아닌 실체적 진실 발견의 조력자로 인식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순용(서울중앙지검 공안부)·변상구(수원지검 성남지청)·최정인(인천지검 부천지청)·정은희(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 수사관은 이구동성으로 소통과 화합을 강조했다. 수사관들은 “쉬는 시간에 업무 외 소소한 일상의 대화를 나눠야 정겨운 검사실이 된다”며 “늦게까지 일하고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할까요’라고 번개 모임을 제안하는 검사가 멋지다”고 작은 정을 나누길 바랐다. 이들은 “문제점에 대한 지적을 바로 하되 자상하면서도 선 굵게 해주는 것이 좋다”며 “사건에 대해 수시로 의논하고 수사관을 믿어주는 검사와 함께 근무하고 싶다”고 희망을 전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수사관들의 강연 소식을 듣고 “검사들이 수사관들의 얘기를 새겨 듣고 실천하기 바란다”는 글을 검찰 내부망에 게
김진숙 대검 미래기획단장은 “여성 검사들에게 리더십과 업무노하우를 전수하고 다른 구성원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모색하기 위해 릴레이 포럼을 준비했다”며 “남녀가 공존해야 검찰조직의 역량이 강화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한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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