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위협을 가하지 않아도 힘으로 상대방을 제압해 성관계를 맺으면 부부간에도 강간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 출신 아내를 강간하고 나체사진을 찍은 혐의로 기소된 A씨가 최근 징역형을 확정 받았다. A씨는 지난해 9월 제주지법 제2형사부(김양호 부장판사)가 맡은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는 우리말을 잘 모르고 의지할 곳이 남편밖에 없는 외국인 아내의 처지를 감안해 내린 판결이어서 결혼이주여성들의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A씨는 지난 2012년 국제결혼 중개업체를 통해 20살 이상 어린 B씨를 만나 결혼했다. A씨는 결혼 후 아내가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10여 차례 이상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했다. 또 집에서 옷을 입지 못하도록 강요하고 카메라로 몸 사진을 찍었다. 아내는 결혼 2개월 만에 가출해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아 남편을 고소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국제결혼을 해 한국에 혼자 와 남편 외에는 의지할 사람이 없고 피고인은 피해자를 폭행하기도 했다”며 "거부 의사를 표시하는 것 말고는 사력을 다해 반항하는 등 적극적 항거를 시도하기 어려워 보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범행 당시 피해자를 폭행·협박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한 다음 강간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는
지금까지 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부부 강간' 사건은 가해자 남편이 흉기를 들고 아내를 위협하거나 다치게 하고 성관계를 한 경우밖에 없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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