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에 본인 명의 통장 이용한 20대 인출책 검거

보이스피싱 조직에 자신 명의의 통장을 제공하고 피해금액을 인출해 넘긴 20대 남성이 경찰에 검거됐다.
23일 서울 종로경찰서는 전화금융사기 피해자 2명에게 빼앗은 1억여원을 자신 명의의 통장에서 인출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전달한 혐의(사기)로 인출책 김모씨(20)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9일 A씨(32) 등 피해자 2명은 검사 행세를 하며 "당신 명의로 된 대포통장이 범죄에 연루됐다”고 협박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속아 계좌번호와 보안카드 번호 등 각종 금융 정보를 넘겨 피해를 봤다. 김씨는 피해자들 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넘어온 1억여원을 은행 창구에서 인출해 조직원에 전달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9일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에서 "세금을 줄이기 위해 타인 명의 통장이 필요한데 대신 통장을 개설하고 거기 임금되는 돈을 찾아 내가 지정하는 사람에게 전달해주면 100만~15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범행에 가담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통장이 보이스피싱에 이용된다는 예상했지만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1회 현금 인출 한도가 제한된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은행 창구를 통해 1억여원을 한 번에 인출했다. 통상 보이스피싱 조직은 대포통장에서 인출책이 돈을 뽑기 때문에 ATM을 쓸 수 밖에 없는데, 이번 사건에선 인출책이 본인 명의 통장을 사용했기 때문에 창구를 이용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본인 통장을 이용해 창구에서 직접 인출하면 인출한도 제한이나 지연인출 등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며 "이 경우 단순 명의대여와 달리 사기조직의 공범으로 간주돼 처벌도 무겁다”고 밝혔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총책을 추적하는 한편 추가 피해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백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