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세월호 사건과 마찬가진데 제발 좀 도와주세요."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501오룡호의 처리장 마대성(56) 씨의 누나 선숙씨는 쉰 목소리가 더는 나오지 않을 때까지 도와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5일 오전 오룡호 선사인 사조산업 부산지사에 꾸려진 사고대책본부에서 첫 공식브리핑을 하는 선원 가족들 사이로 선숙씨는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는 "제2의 세월호 사건인데도 가족 중에는 힘이 있는 사람이 없어서, 소시민이라서 아무도 돕지 않았다"면서 "힘없는 제가 죄인"이라고 말했다.
고장운 실종자·유가족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답답해서, 억울해서 공식석상에 섰다"며 "사고 며칠 동안 정부 관계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고 3일 만에 처음 온 정부 관계자인 부산시장은 사측부터 먼저 들러 가족들의 분노를 샀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이제 적극적으로 나설 테니 힘이 돼 달라고 했다.
이날 가족대기실은 닷새가 지나도록 들리지 않는 생존 소식에 절망적인 분위기였다.
501오룡호에 탄 선원들 가운데 막내로 며칠 전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김순홍(24) 3항사의 어머니는 닷새째 식음을 전폐해 이제는 잘 걷지도 못한다.
순홍씨 어머니와 같은 사람이 세 명이 더 있다.
이들이 울다가 지쳐져 잘 걷지 못하고 자리 보존을 한 지 이틀째가 되어간다.
유천광 1항사의 부인 송춘란 씨도 병원과 가족대기실을 왔다갔다하며 생활하고 있다.
송씨는 "남편이 없는데 내가 목숨을 부지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냐"며 "그나마 시신을 찾은 가족들은 실종자를
현재 가족 대기실에는 스무 명이 조금 안 되는 선원 가족이 있다.
사고 첫날 서른 명이 넘던 가족 중에서 어린 자녀와 몸이 좋지 않아 가족 대기실에서 더는 버틸 수 없는 사람들은 돌아간 상태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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