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른바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이 의혹을 다룬 청와대 문건 속 비밀회동의 실체를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문건 내용처럼 회동이 있었는지를 파악하는 게 수사의 첫 관문이라고 보고, 물증 확보와 관련자 소환조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4일 청와대 김춘식 기획비서관실 행정관을 고소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행정관은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유출 문건에 등장한다.
문건에는 김 행정관과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 등 핵심 비서관 3인방을 비롯한 10명의 청와대 비서진이 작년 10월부터 매월 2차례씩 서울 강남의 중식당에서 정씨와 만나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 등을 논의했다고 돼 있다.
이 문건 내용을 토대로 세계일보가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보도했고, 문건속 청와대 비서진은 이로 인해 자신의 명예가 훼손했다며 세계일보를 고소했다.
고소인 중 1명인 김 행정관은 문건에서 회동의 연락책으로 나타나 있다.
국정개입 의혹의 진위를 가리는 동시에 고소인들의 주장처럼 '사실무근의 의혹 보도로 명예가 실추됐는지'를 판단하려면 이 모임이 존재했는지를 파악하는 게 첫 단추가 된다.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실제 그런 비밀 모임이 열렸는지를 조사했다. 김 행정관을 비롯한 문건 속 청와대 비서진은 모임 자체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청와대 비서진의 주장과 상반된 내용으로 문건을 작성해 조웅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보고한 박관천 경정도 이날 오전 소환했다.
박 경정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서 수사 중인 문건 유출 사건의 핵심 인물이지만, 특수2부 조사에 앞서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 중인 형사1부에서 먼저 조사를 받았다. 박 경정에게 '비밀회동'에 관한 사항을 우선 물어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 행정관은 비밀회동이 낭설이라는 점을, 박 경정은 상당히 개연성 있는 정보였다는 점을 각각 주장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엇갈린 주장 속에서 모임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발 빠른 물증 확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날 문건 속 비밀회동 장소로 나오는 서울 강남의 중식당 3곳을 전격 압수수색해 식사 예약 및 결제 내역 등의 자료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관계자도 "이번 압수수색은 문건의 신빙성을 가려낼 핵심 내용인 모임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물증은 문건 속 회동 참석자들인 청와대 비서진 등의 통화기록이다. 검찰은 청와대 비서진의 통화 내역 제출을 요구하는 한편 필요시 압수수색 등 강제집행 절차를 밟아 문건 속 인물들의 통화기록을 입수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런 물증을 분석한 내역을 토대로 소환 조사 대상자들의 진술과 대조하면서 비밀회동의 유무를 판단할 계획이다.
청와대 측의 주장대로, 모임이 열리지 않았다면 수사는 문건 유출 사건 규명에 집중될 전망이다.
반대로 모임이 존재했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나온다면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가 빨리 된다고만 단정할 수 없다”고 말해 비밀회동 실체의 규명 결과에 따라 수사의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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