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이나 밤에 갑자기 아프면 참 당황스럽죠?
이럴 때를 위해 서울시는 '야간·휴일 지정병원'이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본래 취지와는 달리 속빈 강정이라고 합니다.
무슨 얘기인지, 한민용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28살 정 모 씨는 최근 온몸에 갑자기 두드러기가 나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긴급 상황은 아니었지만 동네에는 휴일에 문을 여는 의원이 없어 큰 병원을 찾은 겁니다.
▶ 인터뷰 : 정 모 씨
- "저는 그냥 가벼운 증상의 알레르기였는데, 진료받으려고 하니까 조금 민망하기도 하고…. 시간도 굉장히 많이 걸렸고요, 치료비도 굉장히 많이 나왔던 것으로…."
그런데 알고 보면 서울시에는 정 씨 같은 가벼운 증상의 응급환자를 위한 병원이 이미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야간·휴일 지정병원'.
경증 환자의 경우 휴일이나 한밤 중에 동네 의원에서 편히 진료를 받도록 하자는 취집니다.
문제는 이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겁니다.
지정병원은 서울시에서 환자 한 명당 6천 원씩이 지원되지만 이 돈으론 동네 의원을 운영하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러다보니 신청만 해놓고 그만두는 병원도 수두룩합니다.
▶ 인터뷰(☎) : 서울시 관계자
- "세 군데가 지금 취소됐고…, 저희가 강제로 하는 건 아니라서…. 하셨다가 중간에 취소하기도 해요."
이처럼 포기하는 병원이 늘다보니 지원금이 엉뚱한 곳으로 새고 있습니다.
이미 응급실을 운영하거나 원래 휴일 진료를 했던 병원들이 지정병원 이름표를 달고 지원금을 챙기고 있는 겁니다.
▶ 인터뷰 : 김대희 / 인도주의실천의사회 사무국장
- "병원급 기관이나 혹은 이름 자체에 365가 들어가는 원래부터 24시간을 했던 병원들이 많습니다. 이런 부분에 쓰이는 재원 자체가 낭비가 있기 때문에…."
가벼운 증상의 동네 응급환자들을 위해 시작된 지정병원제.
본래 취지는 퇴색한 채 유명무실한 제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MBN뉴스 한민용입니다.[ myhan@mbn.co.kr ]
영상취재: 배완호, 조영민, 김회종 기자
영상편집: 서정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