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영장실질심사

재계 서열 9위인 한화그룹의 총수 김승연 회장에 대한 구속 여부가 오늘 결정됩니다.
김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조금 있으면 진행이 될텐데요. 사회부 법조팀의 김지만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앵커)안녕하세요.

(기자)안녕하세요.

(질문1)
오늘 김 회장에 대한 구속여부가 결정되지 않습니까? 먼저 '보복폭행' 의혹에 대한 사건정리 부터 해주시죠?

(기자1)
네, 사건은 지난 3월 8일 발생했습니다.

미국 예일대 재학생인 김승연 회장의 둘째 아들은 친구들과 함께 청담동에 있는 한 가라오케에 놀러갔습니다.

하지만 사소한 시비 끝에 싸움이 붙었고, 상대는 알고 보니 북창동의 술집 종업원들 이었습니다.

김 회장의 아들은 왼쪽 눈썹 주변을 열 바늘 이상 꿰멜 정도로 다쳤습니다.

반나절이 지난 저녁, 술집 종업원들은 자신들이 때린 사람이 한화 회장 아들이니 사과하라는 가라오케 사장의 연락을 받고 다시 청담동 가라오케로 왔는데요.

이곳에서 기다리던 김승연 회장은 자신들을 데리고 어딘가로 향했다고 주장합니다.

3월8일 밤이죠.

김 회장이 일행이 종업원 4명을 차에태워 청계산 주변 공사장으로 끌고가 종업원들을 집단 폭행했습니다.

이 때 김 회장 아들이 자신을 때린 사람이 없다고 하자 일행은 북창동 술집으로 다시 이동합니다.

밤 11시쯤 북창동에 도착한 김 회장 일행은 아들을 때린 윤 모 씨를 찾았고, 윤 씨 역시 폭행을 당했다고 당사자들은 진술하고 있습니다.

112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했지만 별다른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고, 이날 밤의 사건은 영원히 묻히는 듯 했습니다.

(질문2)
사실 경찰의 수사가 처음에는 적극적이질 않았죠?

(기자2)
네, 그렇습니다.

서울청 광역수사대는 3월 20일 첩보보고서를 작성합니다.

김승연 회장과 둘째 아들, 경호원 6명과 폭력배 25명이 북창동 술집종업원 들에게 감금과 집단폭행을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첩보보고서는 사건발생 이틀 뒤 남대문 경찰서로 하달됐지만, 당시 남대문 경찰서는 첩보를 입수하고도 당사자 조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사경찰에는 부실, 축소, 은폐 의혹이 꾸준이 제기돼 왔었습니다.

사건이 언론에 처음 보도된 것은 지난 달 24일 인데요.

언론보도 이후 갑작스럽게 경찰의 수사의지는 강력해졌고, 그동안 각종 의혹의 실타래가 하나 둘씩 풀리게 됐습니다.

(질문3)
그러나 경찰에 비해 검찰과 법원의 움직임이 상당히 빠른 것 같은데요. 검찰과 법원의 이러한 움직임이, 어떤 이유라도 있습니까?

(기자3)
네, 먼저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의혹 사건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판단은 똑같았습니다.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는 것 인데요.

그제 저녁 경찰이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고, 검찰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면서, 최종 구속여부를 가리는 법원의 영장실질 심사가 열리기 까지는, 정확히 24시간이 걸렸습니다.

상당히 빠른 속도라 할 수 있습니다.

그제 저녁만 해도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토할 듯한 분위기를 풍겼던 검찰도 어제 오전 영장을 법원으로 넘기는 등 영장청구 절차를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질문4)
국민적 관심이 크기 때문이 아닐까요?

(기자4)
네, 그렇습니다.

영장실질심사라는 것이 보통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지 통상적으로 이틀 뒤에 이뤄지고 있지만, 법원조차 일정을 앞당겨 잡은 것입니다.

법원은 당초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다음주 초에 실질심사를 여는 방안에 무게를 실었지만, 고심 끝에 방향을 바꾼 것인데요.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신속하게 구속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법원에서도 판단한 것입니다.

사회적 이목이 쏠린 가운데 속전속결로 불필요한 억측과 오해를 피하겠다는 계산입니다.

이처럼 긴장된 분위기는 법원과 검찰모두 이번 사건을 매우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있기 때문인데요.

결국 사건이 일어 난지 두 달여 만에 영화 같은 재벌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은 냉엄한 법의 판단을 기다리게 됐습니다.


(질문5)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김 회장의 신병처리 여부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기자5)
네, 김 회장이 구속되느냐, 아니냐를 놓고 법조계 내에서도 시각차는 있는게 사실입니다.

먼저 김 회장이 엄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 회장의 혐의가 형사 사법의 원칙을 무너뜨린 '사적구제', 즉 개인적인 보복이었다는 점에서 엄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인데요.

더구나 야간에 흉기를 사용해 집단으로 폭행과 협박을 가한 것이 사실이고, 보복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는 김 회장의 태도도 구속수사가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변수로 작용될 전망입니다.

그러나 영장이 기각될 것이라는 관측도 상당합니다.

최근 법원이 불구속 수사 원칙을 강조하기 때문인데요.

김 회장은 현직 대기업 총수라 도주의 우려가 없고, 수사가 상당부분 진행돼 인멸할 증거도 거의 없으며, 충분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영장이 기각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다시말해 김 회장을 구속하지 않고도 충분히 수사가 가능하다는 건데, 오늘 영장실질 심사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의 공방은 치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질문6)
그렇다면 향후 검찰 수사는 어떻게 진행됩니까?

(기자6)
네, 어제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구속은 새로운 수사의 새로운 시작이라며 향후 사건을 송치 받으면 김 회장을 소환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건의 범행 내용으로 볼 때 김 회장에 대해 향후 광범위 하고도 강도 높은 수사가 불가피 하다는 얘기인데요.

검찰은 또 조직폭력배 동원 등 남은 의혹에 대한 강도 높은 보강수사를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조직폭력배 동원은 이번 사건에 매우 중요한 혐의 가운데 하나입니다.

폭력배 동원혐의가 확인되면 김 회장은 ３년 이상의 중형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어제 김 회장의 친척이 폭력배 동원에 개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김회장의 '청계산 폭행 가담 여부' 등을 밝혀내기 위해 검찰 수사 단계에서 다시 한번 김회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영장이 발부되면 김 회장은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돼 최장 10일 동안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됩니다.

이후 검찰이 사건 일체를 넘겨받아 자체 수사를 벌인 뒤 20일 이내에 기소하게 됩니다.

김 회장은 지난 93년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구속된 데 이어 두 번째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다시 한번 불명예를 안게 될 기로에 섰습니다.

김지만 기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