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불화에 시달리던 50대 주부가 하루 평균 2000여 명의 등산객이 찾는 서울 시내 야산에서 연쇄방화 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방화 등 혐의로 정모(53·여)씨를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9일 사이 강남구 일원동 대모산 중턱 등에서 6차례에 걸쳐 30여곳에 불을 붙여 임야 1천300여㎡(약 400평)와 나무 250여 그루를 태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정씨는 송진이 많이 엉긴 소나무를 골라 전단이나 신문지를 끼워놓고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수법을 사용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경찰은 자칫 대형사고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모산은 하루 평균 2천여명이 찾는 강남 주민의 대표적 휴식처”라며 “낙엽이 두껍게 깔려있고 곳곳에 벌목된 나무가 쌓여 있어 순식간에 불이 번질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모산 기슭에는 화재에 취약한 판자촌인 구룡마을이 있고, 아파트촌도 인접해 있어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새벽과 낮, 밤을 가리지 않고 대모산에 불을 질렀고, 지난 9일에는 낮과 밤에 걸쳐 하루 두 차례나 불을 내는 등 대담하고 갈수록 범행 빈도가 잦아지는 추세를 보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등산객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 장소에서 불이 났고 발화점이 여럿인 점 등을 근거로 고의적 방화로 판단한 뒤 현장에
정씨는 경찰에서 “약 10년 전부터 가정불화 등으로 조울증을 앓아 약물을 복용해 왔고, 나무 등에 불을 붙여 불꽃이 오르는 것을 보면 기분이 짜릿해져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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