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체육대회·기숙사 화재…주말에 사망한 직원도 "업무상 재해"

주말에 사망한 직장인에 대해 업무상재해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전남 고흥우체국 직원이던 정모씨(사망 당시 52세)는 지난 2012년 11월, 주말에 열린 사내 체육대회에서 마라톤을 한 뒤 뇌출혈로 사망했다. 점심식사를 하러 가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지진 10여일 만의 일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김병수 부장판사)는 정씨의 가족 김모씨가 "유족보상금을 주지 않기로 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정씨의 유족들은 "공무인 사내 체육행사에 참여했다 발생한 재해”라며 공단에 유족보상금을 청구했지만 공단은 정씨의 뇌출혈이 선천적 뇌혈관기형 탓이라는 등 이유로 지급을 거부했다.
재판부는 "사내 체육대회는 매년 정기적으로 전 사원들이 참석해 여는 행사로, 근무일로도 인정됐기에 정씨가 쓰러진 당일 공무 수행 중이었다고 봐야 한다”며 "정씨의 뇌출혈은 급격한 온도변화, 무리한 마라톤 수행, 약간의 음주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일요일에 회사 숙소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인천의 한 정밀기기 업체 직원 조모씨에 대해서도 업무상 재해가 인정됐다.
2012년 1월 조씨는 전날 술을 마신 뒤 집이 아닌 기숙사에서 잠을 자다가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서울고법 행정4부(지대운 부장판사)는 조씨의 유족들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조씨는 평소 일이 많으면 주말 근무를 하거나 다른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당직 근무를 대신하기도 했다”며 "화재 무렵도 업무가 많은 상황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조씨가 퇴근 후 숙소에서 잠을 잤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회사의 지배·관리하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