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 D 놓고 서 있어도 음주운전?…경찰도 헷갈려

【 앵커멘트 】
최근 경찰이 기어를 주행 상태에 놓고 차량이 움직이지 않아도 음주운전이라는 수사 지침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이럴 경우 법원이 음주운전이 아니라고 선고한 판례가 있어 혼란이 예상됩니다.
이성식 기자입니다.


【 기자 】
대학원생 김 모 씨는 지난 2012년 술에 취한 상태에서 차량에 탔습니다.

주차를 위해 후진기어를 넣은 상태에서 지나가던 행인 최 모 씨에게 비켜달라고 요구하다 시비가 붙었습니다.

말다툼 끝에 최 씨는 경찰에 김 씨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신고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서울 동부지방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김 씨가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다면 운전을 했다고 볼 수 없어 음주운전이 아니라고 판결했습니다.

▶ 스탠딩 : 이성식 / 기자 [ mods@mbn.co.kr ]
- "술에 취한 상태에서 시동을 걸고 기어를 조작해도 아직 음주운전은 아니라고 법원은 본 겁니다. 제동장치에서 발을 떼야 비로소 음주운전이 시작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최근 경찰교육원이 또 다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기어를 출발 상태인 주행, 즉 D에 놓으면 움직이지 않았더라도 음주운전이라는 겁니다.

▶ 인터뷰 : 김재호 / 변호사
- "경찰은 기어 조작만으로 발진 조작 완료(음주운전)로 보고 있는데 판례를 보면 그 상황이 아니라 브레이크까지 떼야…."

법원과는 다른 경찰의 음주운전 기준이 실무 단속 과정에 오히려 혼란만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MBN뉴스 이성식입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기자
영상편집 : 원동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