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가 용산 화상경마장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가 기우로 드러났다며 연내 정식 개장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혔다.
주민 대상 설문 조사 결과 여전히 부정적인 인식은 높지만, 실제 상황을 관찰 조사한 결과 객관적 지표가 긍정적으로 나타났다는 게 마사회의 주장이다.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며 개장 강행 시 강력 투쟁 할 의지를 밝혔다. 마사회가 주도한 평가 결과인데다 조사 방식상 문제도 많아 객관성·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31일 용산 화상경마장 시범운영 평가위원회는 '용산 화상경마장 시범운영 평가 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6~9월 석달 간 총 18개 층 중 3개 층을 시범운영한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관찰조사 결과 지표는 4.1점으로 나와 긍정적인 요인이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마장이 열린 날과 아닌 날의 범죄·교통사고 발생 여부나 통학안전, 교통혼잡 등 유해성이 실제로 나타나는지를 파악해 등급별로 1~9점을 매겼다. 점수가 5점보다 높으면 유해성이 크고, 낮으면 유해성이 적다는 의미다.
그러나 설문조사 결과는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경마장 인근 800m이내 거주 주민 315명 중 72.7%, 학부모 159명 중 84.9%, 성심여중·고 재학생 172명 중 84.8%가 부정적이라는 대답을 내놨다. 전체 주민 설문 결과 자녀 교육상 좋지 않다는 의견이 41.9%로 가장 많았고, 시범운영 이후 취객소란(21%), 외지인 증가(16%), 길거리 흡연(9.9%) 등 실제 환경이 부정적으로 변화했다는 인식도 25.7%나 됐다.
마사회는 조사결과를 토대로 주민들과 대화를 진행하며 연내 단계적으로 경마장을 정식 개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범죄발생이나 쓰레기투기, 학생위협 등 17개 평가항목 중 14개 항목에서 경마 개장일이 더 긍정적 요소가 더 많았다”며 "실체가 없는 예단적 우려사항으로 반대운동을 한 단체들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증명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이번 시범운영 결과를 평가한 위원회가 사실상 마사회에 의해 운영됐으며 조사 결과도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실제로 평가 위원회도 보고서에 한계를 스스로 밝혔다. 관찰조사에서 경마일(주말)과 대조군인 비경마일(평일)간 교통량이나 유동인구 등이 차이가 컸고, 설문을 거부하는 주민들도 많았다는 것이다. 특히 임시 운영 결과만을 조사한 것
정방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 공동대표는 "어쨌든 말로 풀어야 한다는 생각에 마사회장 참석 조건으로 대화 요청에 응했지만 지금 같이 주민 의사를 계속 무시할 거라면 무슨 해법이 나올 수 있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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