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재개발 아파트가 준공돼 입주를 코앞에 두고 있는데 정작 조합원들이 입주할 엄두를 못 내고 있습니다.
추가 공사비로 시공사와 조합이 싸우고 있기 때문인데요.
어떤 내용인지 박준우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집에 들어서자 어른 키 높이 만한 상자들이 현관 입구부터 막아섭니다.
집 안 내부도 마찬가지.
방 한가득 쌓인 짐꾸러미와 여기저기 널린 보따리 탓에 한 발 내딛기조차 어렵습니다.
새 아파트 입주일이 수차례 미뤄지면서 재개발 아파트 조합원인 임 씨가 이렇게 산 지도 벌써 2년째입니다.
서울 돈암동 재개발구역의 시공사인 금호건설과 재개발조합이 갈등을 빚은 탓입니다.
▶ 인터뷰 : 임 모 씨 / 서울 돈암동 5구역 재개발조합원
- "좀 불편하더라도 몇 개월만 살면 입주한다 하고. 6월에 입주잖아요. 그런데 입주를 안 시켜주니까. 11월에 입주를 시킨다니까 또 몇 개월 참고 살았어요."
문제의 원인은 다름 아닌 모델하우스.
금호건설이 모델하우스 없이 분양하겠다고 나섰고 조합이 안 된다고 맞선 겁니다.
결국, 모델하우스 문제로 공사가 늦어지자 금호건설 측이 추가 공사비 150억 원을 요구했고, 급기야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 인터뷰 : 전 모 씨 / 서울 돈암동 5구역 재개발조합원
- "일반 분양해야 하는데 모델하우스 안 졌다고 조합이 안 하니까 5개월 공사를 중단한 거예요. 공사가 중단되면서 자기들 손실이 18억인가 났다고 153억을 최종적으로 주장한 거예요."
다툼 끝에 양측은 지난 4월 추가 공사비 감정을 받기로 합의했고, 감정 결과 16억 5천만 원이 책정됐습니다.
하지만, 금호건설 측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합의안으로 82억 원을 제시했습니다.
준공 전까지 주지 않으면 입주하지 못하도록 유치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 인터뷰(☎) : 금호건설 관계자
- "당신들도 이거 소송하면 이긴다고 하니까 그러면 82억 원 추가 분담금 다 내놓고 입주해라. 그러면 소송해서 이긴다고 하면 가져가면 되는 거 아니냐. 무조건 입주도 않고 소송도 안 하지 말고…."
조합 측은 소송으로 갈 경우 입주가 늦어질 것을 우려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
▶ 스탠딩 : 박준우 / 기자
- "입주가 3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추가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면서 조합원들의 입주 가능 여부도 불투명해지고 있습니다. MBN뉴스 박준우입니다. [ideabank@mbn.co.kr]"
영상취재 : 김회종 기자, 윤새양 VJ
영상편집 : 송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