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큰 선물로 왔던 네가 생일날 다시 돌아왔구나"
안개에 배가 못 떠난다고 어머니 신명섭(49)씨에게 전화한 지난 4월 15일 저녁을 마지막으로 신씨와 아버지 황인열(51)씨는 아득한 기억이나 꿈속에서 하나뿐인 딸을 한없이 그리워할 뿐이었다.
29일 지현이가 197일 만에 다시 부모 품에 안겼다. 몸은 차갑게 식고 숨은 쉬지 이 현실 앞에 아버지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황씨는 이날도 온종일 눈물을 달고 살았다. 결혼한 지 7년 만에 어렵게 얻은 외동딸의 18번째 생일이었지만 주인공 없는 생일상을 차리고 촛불을 대신 불어 끄는 부모의 마음은 갈가리 찢어졌다.
매일 밥상을 차렸더니 자녀의 시신이 돌아왔다는 다른 가족의 말을 듣고 어머니 신씨는 지난 석달여동안 거의 매일 손수 밥상을 차려 지현이가 돌아오지 않는 바다를 향해 차려 놓았다.
황 양의 생일인 이날도 신씨는 미역국을 끓여 눈물과 함께 바다로 뿌렸다.
아버지는 떨리는 손으로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꽂으며 "하늘나라에 가서 편하게 있으면 나중에 아빠 엄마 편하게 만날 수 있게 아빠가 따라갈게"라며 오열했다.
지난 7월 진도 앞바다에서 딸의 가방과 옷, 지갑이 발견되기도 했지만 수많은 희생자가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오는 가운데서도 지현이는좀처럼 부모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딸을 더 사랑해주지 못해 미안했다"는 아버지는 전날 지현이
딸이 자신의 생일날 부모에게 그토록 바라던 선물을 안겨줘 '기쁘기도, 슬프기도' 한 이날, 황 씨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해경 경비정을 타고 돌아오는 딸을 마중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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